사진=세미콜론
사진=세미콜론

[월요신문=김지원 기자]'있었던 존재들'은 원도 작가가 지난 2년간 한겨레에 연재한 칼럼을 다듬고, 새로 쓴 글을 더해 엮은 첫 칼럼집이다.

저자인 원도는 4년 동안 과학수사과에서 현장감식 업무를 담당하며 수백 명의 변사자를 봤다. 그리고 투신자살, 목맴사, 고독사 등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보며 그들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과학수사요원으로서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기록했다.

사건을 복기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가 용기를 낸 이유는 명확하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나의 마지막처럼 숭고하게 여기고, 그들의 마지막 표정을 기억하는 경찰관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특징은 '비상' '단속' '부패' '묻다' 등 현장에서 포착한 스물아홉 개 단어의 의미와 사건을 접목시켜 당시 상황과 감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른바 경찰관 원도가 적어내린 하나의 '생애 사전'이라 볼 수 있다. 단어 '고개'엔 달동네 쪽방촌에서 고독사한 사람의 이야기가, '심연'엔 주머니마다 돌을 가득 넣고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의 사연이, '부패'엔 로맨스 스캠 사기 사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이 담겨 있다. 저자는 세상에서 사라진 존재들과 변두리에서 희미하게 존재하는 소외된 자들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사회가 외면해온 얼굴들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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