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박지영 기자]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우리 사회는 정당 간의 극심한 양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 문제의 구조적 해결책 중 하나로 최근 선거제 개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양당제 구도가 이러한 정당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 보고 선거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수많은 연구는 선거제도가 정당 체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이 중 정치학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론은 "뒤베르제의 법칙(Duverger's law)"이다. 뒤베르제의 법칙은 "단순다수대표제(각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승리하는 제도)가 양당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크며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정치학의 법칙이다. 

또한, 여러 연구들은 양당제로 형성된 국회에서는 두 정당 간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반면, 다당제에서는 정당 간 협상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레이파르트(Arend Lijphart)는 "양당제는 단일정당 정부에 의한 배타적 권력 독점을 가져오는 반면, 다당제는 정당 간 연립을 통한 권력을 공유하기에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당제의 전형인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국회 양극화 문제가 지적됐으며 승자독식 구조, 게리멘더링, 예비선거, 선거자금 등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또한 두 거대 정당을 중심으로 한 양당제 구도 타파를 위해 그동안 단순다수대표제, 중선거구제, 병립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까지 여러 선거제도 변천사를 겪어왔다.

20대 국회에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양극화 해소와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진하여 정치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양당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배경에서 선거제 개혁이 양극화된 정당 체제의 해결책으로 어떠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이 주제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위해, 가상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더욱 깊이있게 알아봤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당정치 전문가인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한국정당학회 회장)는 월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의 개편을 통해 다당제로 나아가야 하며, 다당제 안에서 중도 성향의 정당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 국회는 양극화가 가장 문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이 출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다수당 중 두 거대 정당에 대해 이념적으로 중도성향을 보여야 하는데 이념이 두 거대 정당 중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양극화를 해결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가상준 교수는 국회 내 이념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것은 "중도적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새로운 의원들에 의해 교체되는 현상인 '교체효과(replacement effect)'와 의회에 남게 된 의원들이 이념 양극화 속에서 정당의 성향에 맞게 이념적으로 적응하는 '적응효과(adaptation effect)'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당별 이념 분포로 왼쪽이 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이며 오른쪽이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다(0에 가까울수록 진보를 10에 가까울수록 보수를 의미). 사진= '정책영역별로 본 국회 양극화' 논문 일부 발췌.
정당별 이념 분포로 왼쪽이 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이며 오른쪽이 한나라당, 새누리당이다(0에 가까울수록 진보를 10에 가까울수록 보수를 의미). 사진= '정책영역별로 본 국회 양극화' 논문 일부 발췌.

그렇다면 국회의 양극화는 실제로 진행되었을까?

실제 가상준 교수는 여러 연구들('정책영역별로 본 국회 양극화', '국회 내 정당 간 양극화에 있어 초선의원이 미치는 영향')을 통해 제16대 국회부터 제19대 국회까지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념을 분석해본 결과, 의원들의 이념적 격화가 중도적 성향의 의원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던 16대 국회와 비교했을 때 19대 국회에서 더 켜졌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를 통해 두 양당 간 초선의원과 재선 이상 의원의 이념 격차를 살펴본 결과 "두 정당 초선의원 간 그리고 재선 이상 의원 간 이념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초선의원 간 이념 차이가 재선 이상 의원들 간 이념 차이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국회 내 정당 간 양극화가 재선 이상 의원들의 적응효과, 그리고 초선의원들에 의한 대체효과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상준 교수는 "이념성이 강한 초선의원들의 의회 입성에 따른 교체효과와 선수가 높아지면서 이념이 극단화되는 적응효과는 양당제 구조를 유도하는 선거제도와 당 지도부의 공천에 따른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회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고 분석하고, 양당제 해소를 위해 다당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상준 교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해서는 "해외사례 등에서 위성정당 출현은 예견된 것이었고 2019년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제기된 내용이었다. 국민에게 있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준연동제와 연동제는 맞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함께 적용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방법은 없다. 예를 들어, 두 정당이 만약에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과거에 두 정당 출신이었던 외부인이 만든다고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위성정당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해당 정당이 지역구에서 최소한 3-5석을 확보하거나, 또는 지역구에서 10%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 등의 규정을 만든다면 위성정당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이런 규제가 엄격하면 여전히 소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 중심의 대결 구도에서는 경쟁을 넘어서 협력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국회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건강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로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발생했던 위성정당과 같은 과거의 문제점들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제도 개편은 단순한 표면적 변화를 넘어서, 국회 구조를 포함한 정치적 양극화 해결을 위한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접근을 필요로 한다. 선거제도는 국회의 전반적인 구조에 깊은 영향을 미치므로, 그 개편에 있어서는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정당체계의 구조 개혁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선거제도 변화가 가져올 잠재적 결과와 그 파급력을 고려하여 선거제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려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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