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사진=뉴시스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사진=뉴시스

아멜리아는 아프리카 레소토에서 온 유학생이다. 고국의 언어 레소토어가 있지만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잘한다. 한국교회의 인재양성 프로그램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물리치료 전공으로 ㅂ대학교의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보건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한국 생활 6년에 접어드는데 아직 경복궁 관람을 하지 못해서 아쉬워했다. 그래서 일정을 조정하여 다음 주 월요일 오전 경복궁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당일 아침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 한파경보가 발령될 정도라서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멜리아는 그런 강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고궁 방문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싶다는 게 아닌가? 내 생각에는 그날 같은 날씨라면 경복궁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 추운 날씨에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관람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아멜리아의 간절한 소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경복궁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오전 시간인데도 경복궁 근처 한복 대여점에 외국인들이 많았다.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 입장이 무료이다. 그 추운 날씨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모두가 한복 차림이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람객 사이에 한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한국인 가이드들뿐이니, 얼마나 신기한 현상인가? 외국인 관람객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한국인들은 한복을 외면하고, 외국인들이 이처럼 한복을 좋아하다니!

장서형은 2월에 ㄱ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중국에 좋은 대학교가 많을 텐데 왜 한국으로 유학을 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시절에 한국문화 소위 한류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부모님께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부모님은 한국 유학은 절대로 안 된다고 딸의 요구를 완강하게 거절하였다. 그래서 장서형은 밥을 먹지 않고 굶으면서 한국 유학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자 부모님께서 어쩔 수 없이 한국 유학을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 아주 가까운 나라지만, 어린 나이에 한국어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한국에 왔으니, 모든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6개월쯤 지내보니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중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네가 결정했으니, 이제 포기하는 것은 안 된다." 그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 생활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서형이라는 이름이 한국 학생들 이름과 다를 바 없고, 한국어 능력이 5급 수준이어서 학과 교수와 친구들도 그가 중국인 유학생인 줄 모를 정도가 됐다.

그는 토픽 6급을 받기 위해서 한국어 공부에 정진하면서 대학원 진학 준비를 병행하였다. 중국에 돌아가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다며 대학원에서는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얼마 전 그는 결국 토픽 6급에 합격했고, 대학원 입학전형에도 두 대학교의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ㅇ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과, 그리고 ㅈ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의 합격통지서이다. 한국 대학교 대학원의 국어교육과와 국어국문학과에 한국인 학생 지원자는 거의 없고, 이제 외국인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닌가?

외국인 학생들이 아름다운 한복과 한국어를 좋아하고, 한국문화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 학생들이 한복과 한국어를 멀리하고, 우리 한국문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현상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교육과나 한국어한국문학과에서 공부하고, 국어교육과와 국어국문학과에서는 한국인 학생들이 공부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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