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장 제출
재판부 일부 직권남용 혐의는 인정..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사법농단 혐의'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검찰이 '사법농단'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관련자들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는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사법농단 혐의자들에 대한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법행정권의 범위와 재판의 독립, 직권남용의 법리에 대해 1심 법원과 의견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이러한 판단은 일반적인 직권남용과 월권적 직권남용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1심 법원의 결정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서기호 국회의원 재임용 탈락 사건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도 양 전 원장의 일부 혐의에 공모한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직권이 없고, 남용이 없으며,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또한, 물의를 빚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변칙적인 징계 수단 또는 문책 수단으로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관여했다는 의혹 중 일부에 대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는 직무상 권한의 존재 여부, 남용 여부, 남용으로 인한 타인의 권리행사 방해 여부 및 공모 여부에 대한 법리적 접근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의 일부 재판 개입 혐의와 관련하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임 전 차장 등과 공모해 통진당 행정소송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1심 사건 재판장에게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한 문건 내용을 파악해 법리를 재판부에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지시 내지 요청을 한 것은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로서 직무수행 과정에 준수할 원칙, 기준, 절차 등을 위반하도록 한 직권 행사"라며 "이는 직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은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의혹과 관련된 파견 법관들의 행위에 대해서도 직권남용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처럼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양승태 수뇌부가 해당 혐의에 공모하거나 가담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일관된 근거다.

이에 검찰은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사실관계에 관한 심리가 이루어진 만큼, 항소심에서는 직권남용 및 공모공동정범의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시키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규정한다.

판결문에는 서론 약 60페이지에 걸쳐 이 같은 법리가 담기기도 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문은 A4용지 기준 3160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사법부 역사상 가장 방대한 문서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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