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공개 앞두고 줄줄이 적자 전망 나와
멀티풀 전략 성공한 네오위즈-크래프톤만 웃어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판교 R&D 센터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월요신문=주윤성 기자]국내 게임사들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 종식과 함께 찾아온 업계 전반에 걸친 대불황의 그림자가 아직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크래프톤과 네오위즈 등은 호실적을 달성,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6일 위메이드를 시작으로 NC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위메이드, 컴투스 등 국내 주요 상장 게임사들이 2023년 4분기 경영 실적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투자업계에선 크래프톤과 네오위즈를 제외한 대부분 게임사들이 전년 대비 부진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위메이드와 컴투스의 경우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301억원(전년비 12.93% 감소), 영업적자 494억원(적자 지속)이다. 신작 게임이 부재한 가운데, 지스타 메인 스폰서 비용 등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로열티 수취에 따라 일시적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4분기는 다시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신작 출시와 로열티 매출로 인해 2024년 연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컴투스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950억원(전년비 4.55% 감소), 영업적자 39억원(전년비 적자 지속)에 이른다. 대표 게임 '서머너즈 워'의 매출이 감소, 미디어 사업을 담당하는 위지윅스튜디오 매출이 줄면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컴투스는 지난해 1분기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시작으로 2분기 56억원, 3분기 16억원 등 매분기 적자를 기록 중이며, 장기 부진 여파로 개발자 대상으로 권고사직까지 진행 중이다. 특정 프로젝트나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발자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이 알려졌다.

컴투스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과 경영환경을 고려한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프로젝트의 효율화를 진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힘든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엔씨는 매출 4069억원 영업이익 55억원 가량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7% 88.4% 감소한 수준이다. 

실적 부진이 장기화 되다 보니 한때 게임 대장주로 불린 엔씨 주가도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 때 주당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로 불리던 엔씨 주가는 현재 10만원 수준까지 내려 앉았다. 이에 주요 증권사들 또한 엔씨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기존게임의 노후화와 신작 흥행 실패가 맞물리며 주가 폭락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안재민 연구원은 "TL의 매출이 크지 않지만 반영될 것이고, 그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리니지W와 리니지2M의 매출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스타 참여 및 TL 론칭에 따른 마케팅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엔씨소프트의 TL을 제외하면 기대작 출시가 없었다"며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트래픽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그나마 넷마블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73억원 가량을 달성, 2022년 1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를 끝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흥행에 성공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구작 게임들을 연이어 서비스 종료하는 등 불확실한 사업을 빠르게 '손절'한게 효과를 봤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네오위즈
사진=네오위즈

넥슨, 크레프톤, 네오위즈만 승승장구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넥슨, 크레프톤과 네오위즈 등은 플랫폼 다변화 등의 영향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경우 4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해 작년 한 해 매출이 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실적이 매출 8671억원, 영업이익 160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4%, 56.6%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의 대표 게임인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과 함께 데이브 더 다이버, 1인칭 슈팅게임 더 파이널스 등이 매출 증대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올해 '퍼스트 디센던트·웨이크러너·킹덤 왕가의 피· 그라비티·와이제이게임즈'등 다양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크레프톤은 지난달 26일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각각 3.5%, 2.2% 증가한 수치로, 매출의 경우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5월부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이하 BGMI)'를 서비스 중단 10개월 만에 다시 재개했다. 업계는 서비스 중단 이전보다 월간활성이용자수가 확대돼 영업이익 급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전망도 긍정적이다. 크래프톤은 2022년 미국 자회사 스트라이킹디스턴스를 통한 PC·콘솔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 발매 외 그동안 대형 신작 출시가 없었으나, 올해는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 신작 출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원툴 이미지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또한 크래프톤은 중국 당국의 게임 규제 완화 전망에 따라 현지 매출 증대도 기대하고 있다.  8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배틀그라운드 국제대회를 개최, 중동 지역에서 배그 IP 인기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출시 계획인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미국, 중동 등의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매출 기여도는 926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며 "올해 상반기 말부터 출시될 신작 등을 반영해 크래프톤의 멀티플을 상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올해 신작 다크앤다커M은 올 상반기 말 출시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면서 "올해 신작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성공 시 배그 원툴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크앤다커M을 시작으로 연말의 블랙버짓, 내년의 '인조이'까지 재무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라인업이 완성됐다"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PC·콘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작 라인업까지 빈 공간을 채워줄 모바일 신작이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했다.

네오위즈도 지난해 준수를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네오위즈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223억원(전년비 67.99% 증가), 영업이익 287억원에 달한다.

네오위즈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콘솔게임 'P의 거짓'이 크게 흥행하며 업황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데 성공했다.

'P의 거짓'은 고전동화 피노키오를 잔혹극으로 재해석한 3인칭 액션 역할 수행게임RPG로 10월 기준 누적 판매량 100만장 중 90%가 해외에서 나왔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의 거짓'의 초반 판매량 지표 부진 우려가 있었으나, 올해 150만장 판매량 달성은 무난할 전망"이라며 "다만, 플랫폼 특성상 중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워 내년도 실적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고 전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의 잇다른 구조조정과 신작 부진이 실적에 큰 영향이 있었다"며 "앞으로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장기적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신작들을 출시하는게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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