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20년 9월 삼성물산 제일모직 1:3 합병건으로 기소
재판부, "합병, 지배력 강화 단정 못해…부당하지도 않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등으로 기소된 후 3년 5개월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회장과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임원 13명 역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아, 재판부의 판단 근거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1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에 대한 주요 혐의는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른바 '부당합병' 의혹이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려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합병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을 부정 거래, 시세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했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으나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에 검찰은 이 회장과 미전실이 제일모직 주가를 높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은 시기에 합병하고,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을 통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 사실에 대해 검찰 측의 증거만으로는 범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병의 주된 목적이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승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한 검찰이 '대주주 이익을 위한 약탈적 불법승계 계획안'이라고 주장한 '프로젝트-G'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기업 집단 차원에서 계열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거나 효율적인 사업 조정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필요한 업무이기도 하다"며 "이 문건은 미전실 자금 파트에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종합 검토한 보고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 사망 시 상속세 납부에 따른 지분 감소와 상속에 따른 지분율 변화 등을 검토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유지·강화하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통상적인 사업 검토 보고서라는 판단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날 선고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회장 등 사건 1심 판결에 대해 판결의 사실인정과 법리판단을 면밀하게 검토·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항소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이재용 회장은 법정을 떠나면서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에 법원에 대한 소감이나 등기이사 복귀 계획 등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