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기삿거리가 되겠나요?"

최근 한 중소증권사 홍보담당 직원이 본 기자에게 한 말이다. 펀드 불완전 판매에 관한 내용을 취재하며 회사 측 입장을 물었는데 돌아온 답변이었다.

사건이 오래됐고 해당 직원도 퇴사한지 오래라며 이런 말을 했다. 무엇보다 자기 회사가 그리 큰 곳이 아닌데 누가 기사를 보겠냐고 이 직원은 강조했다.

홍보 담당 직원 입장에서 회사에 그리 좋은 내용이 아니니 기사를 쓰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거론되는 금액은 무려 300억원이다. 이 회사가 지난 한해 동안 번 영업이익의 몇 곱절이나 됐다. 투자자도 67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교직원공제회였다.

몇 개월 전 들었던 비슷한 얘기가 떠올랐다. 그때는 분쟁 금액이 수조원을 웃돌았고 회사도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해당 회사 홍보 담당 직원은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고 지금 이슈도 아닌데 왜 쓰시는거죠?"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취재했던 것이었다.

기자의 존재 이유는 기사다. 기사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런 기사 중에는 장문임에도 별다른 의미가 없는 기사가 있는 반면 단 한 줄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는 기사가 있다.

   
▲ 성현 산업1팀장.

또, 같은 기사라도 읽는 이에 따라 그저 그런 기사가 될 수도, 인생을 뒤흔드는 기사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기사에는 경중이 없다. 특수한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라도 최초 보도 이후 여러 문제점이 탄로 나면서 온 사회를 뒤흔들 수 있는 게 기사다.

윤 일병 사고 기사가 그랬고 남양유업 갑을논란이 그랬다. 이들 사건 보도 초기 그 누가 지금과 같은 변화를 예상했겠는가.

기자는 이런 기사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간과해왔던 부분을 기자는 다뤄야 된다.

그것이 비록 당장의 효과가 없더라도 기자는 묵묵히 그 일을 해야 되며 독자들은 그것을 원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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