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우리 시대 남긴 비전 '훈민정음'의 해례본. 
세종대왕이 우리 시대 남긴 비전 '훈민정음'의 해례본. 

구약성경에는 요셉이라는 인물이 꿈과 비전의 사람으로 등장한다. 요셉은 야곱의 11번째 아들로 태어나서 아버지의 가장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아버지 야곱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 라헬이 낳은 첫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17세 청소년 시절, 밭에서 추수를 하는데 형제들의 곡식단이 자신의 곡식단에게 절을 하는 꿈을 꾼다. 그가 그 꿈을 형제들에게 말하자, 그들은 요셉을 이전보다 더욱 미워하였다. 그러나 요셉은 다시 해와 달과 열한 별이 자신의 별에게 절하는 꿈을 꾼다. 요셉의 이복형들은 요셉에게 "네가 우리의 왕이라도 될 것 같으냐?"고 하며 불쾌하게 여겼다. 결국 요셉의 형들은 '꿈꾸는 소년' 요셉을 이집트에 노예로 팔아버리고 만다. 가슴에 꿈과 비전을 품은 요셉은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무슨 일에든지 성실하게 임하여 주인 보디발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인물이 된다.

그런 요셉이 주인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거절하여 그녀의 모함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지만, 그는 또한 간수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옥중에서도 그의 성실한 삶은 흔들리지 않는다. 결국 요셉은 이집트의 왕 파라오에게 발탁되어 국정을 지휘하는 총리의 자리에 오른다. 가나안의 극심한 흉년으로 이집트에 곡식을 사러 온 형들이 총리가 된 자기 앞에 엎드려 절을 할 때, 소년 시절의 꿈을 회상하는 요셉의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형들은 동생의 복수를 두려워하지만, 요셉은 형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아버지와 형제들의 가족을 모두 이집트로 초청하여 그들이 최상의 대우를 받으며 살게 해준다. 참으로 흥미진진한 비전의 드라마다.

요셉은 110세에 그의 생애를 마치고 세상을 떠나며,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특별한 유언을 남기며 맹세까지 하게 한다. "너희가 약속의 땅으로 갈 때, 내 뼈를 이곳에서 옮겨 그리로 가지고 가야 한다." 요셉의 유언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위대한 비전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집트에 안주하지 말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떠나라는 거대한 비전의 유산이다. 그래서 430년 후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와 함께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그들은 요셉의 유골을 가지고 출발하여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가 다음 세대와 함께 약속의 땅 가나안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안장하였다. 이 얼마나 위대한 비전의 드라마인가?

조선의 언어가 중국어와 그 체계가 달라서 백성들이 한자로 의사 표현을 하기가 지극히 어려웠다. 더구나 대부분의 백성들은 그 어려운 한자를 공부할 기회조차 없었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겪는 고통을 안타깝게 여겨 누구나 쉽게 배워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하여 반포하였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고귀한 뜻이 양반 권력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한글은 널리 보급되어 사용될 수 없었다. 500년이 지난 20세기 우리 시대에 와서야 한글이 국가의 공식 문자로 인정받아 온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오늘날 비로소 세종대왕이 남긴 문화유산 한글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문화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외국인들까지도 한글문화의 수혜자가 될 줄이야 세종대왕조차 예상하지 못했을 게 아닌가?

우리 민족의 선각자들은 군주국가이던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의 임시정부, 그리고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민주공화국'의 비전을 유산으로 이어왔다. 우리 선조들은 그 위대한 비전을 '애국가'에 담아 오늘 우리 모든 국민들이 그 비전을 늘 가슴에 새기며 노래하는 것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우리가 평화로운 남북통일을 이루어 온 국민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민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 민족공동체가 실현해야 할 위대한 비전의 유산이다.

/ 유원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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