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모나리자' 수프 테러와 동일한 단체
이탈리아 정부, 문화재 훼손 최고 6만 유로 벌금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미술관(Musee des Beaux-Arts in Lyon)에 전시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봄(Le Printemps)'에 수프를 끼얹은 여성 환경운동가 2명의 모습. 사진=뉴시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리옹 미술관(Musee des Beaux-Arts in Lyon)에 전시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 '봄(Le Printemps)'에 수프를 끼얹은 여성 환경운동가 2명의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프랑스에서 급진적 환경운동가들이 유명한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재차 발생했다. 이번에는 리옹 미술관(Musee des Beaux-Arts in Lyon)에 전시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의 작품이 수프 테러의 피헤를 입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오후 3시 30분경에 일어났다. 목격자들이 촬영하여 소셜미디어(SNS) X에 공유된 영상에서는 '식량 반격(Riposte Alimentaire)'이란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두 명의 여성이 모네의 1872년 작품 '봄(Le Printemps)'에 수프를 부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에 수프 테러를 저지른 두 명의 여성과 동일한 단체에 속해 있으며, 당시와 마찬가지로 수프를 뿌린 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품 공급을 위한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가 반응하지 않으면 이 봄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봄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미래 예술가들은 무엇을 그릴까요? 봄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요?"라고 외쳤다.

해당 단체의 Riposte Alimentaire는 SNS X를 통해 영상을 게시했으며, 이 영상에서는 모네 작품을 공격한 일로라는 20세 여성이 "너무 늦기 전에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외신에 따르면, 모네의 작품 '봄'은 유리로 보호되어 있었지만, 리옹 미술관 측은 "아직 정밀 검사 및 복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이들을 체포했으며, 기물 파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세계 각국의 급진적 환경운동 단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한 테러와 같은 과격한 행동을 보여왔다.

2022년 5월에는 한 남성이 "지구를 생각하라"고 외치며 모나리자에 케이크를 던지는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10월에는 환경운동가 두 명이 런던 국립 미술관에 전시된 고흐의 '해바라기'에 수프를 붓는 테러를 저질렀다.

같은 달에는 모네의 다른 작품인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가 투척된 사건도 있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환경운동가들이 이탈리아 로마의 명소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뿌려 물을 검게 물들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같은 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에도 급진적 환경운동가들이 염료를 뿌려 물을 초록색으로 만드는 기습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해 5월 21일 이탈리아 환경단체의 시위대가 로마시내 유적지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풀고 환경대책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해 5월 21일 이탈리아 환경단체의 시위대가 로마시내 유적지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풀고 환경대책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왜 명화에 테러를 할까?

급진적 환경운동가들이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은 명화에 관심을 집중시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로 파악되고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실제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목적으로 한 환경운동가들의 시위 방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공격은 분명 나쁜 전술이지만 '명화 테러'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술작품을 볼모로 삼아 테러를 가하는 그들의 거친 행동이 보편적 설득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상황의 심각함을 알리려는 것이라지만, 현재로선 공익에 반하는 폭력, 반달리즘(vandalism)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건강 식품 공급 촉구하고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지만,  이들의 행동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이다.

이번 모네의 명화에 대한 테러 영상을 본 많은 누리꾼들은 이런 과격한 환경운동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환경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환경운동가에 대한 적대감만 조성할 뿐이다"란 댓글을 남겼고, 다른 누리꾼은 "이런 행동이 뭔가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라고 비판했다.

유럽의 정부 또한 극단적 환경단체의 행동에 대응하기로 나섰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내 기후행동 단체들의 연대체인 '지구의 봉기'에 해산 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프랑스 서부에서 지구의 봉기 활동가 5000여 명이 시위를 하던 중 경찰 3000여 명과 충돌하면서 시위대 두 명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경찰 30명이 다쳤다. 다만, 법원은 지난 11일 정부 해산 명령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무효 판결을 내려 해산을 모면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기후 활동가들이 지난해 3월 로마 트레비 분수에 검은 액체를 풀어놓는 시위를 벌이자 6월 문화적 랜드마크나 예술품을 훼손하는 사람에게 최대 6만 유로(약 8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1월 해당 입법안을 승인하여 기념물 등에 가해 행동을 한 사람들에게 최고 4만 유로(약 5822만원)의 벌금을, 문화유산에 해당되는 예술품이나 건축물을 훼손하거나 파괴한 경우에는 최고 6만 유로 (약 8716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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