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제이미와 가톨릭 캐시의 5년간 사랑과 이별 스토리
최재림·이충주·박지연·민경아 출연..."공연 매 순간이 도전"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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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김지원 기자]삶의 속도가 다른 두 남녀의 사랑을 그리는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16년만에 다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프레스콜이 1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렸다. 주요 장면 시연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유대인 소설가 제이미와 가톨릭 집안의 배우 캐시가 사랑에 빠졌다가 이별하는 5년의 시간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냈다.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극본, 작곡, 작사를 맡았으며 2002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을 시작으로 국내에선 2003년 초연, 2008년 재연에 이어 16년 만에 막을 올렸다.

연출가 이지영은 "초연을 관람했었는데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 받았었다"며 "라스트파이브이어스는 내게 인생 공연이다. 연출가로 참여한 지금은 짝사랑이 이루어진 것처럼 매 순간 기적같이 느껴진다. 연출로서 입봉작인데 좋은 배우들과 함께 참여하게 돼서 영광스럽다. 배우들의 진심을 다해서 공연에 푹 빠져있는 걸 보면서 이 공연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가장 큰 특징은 남녀의 시간이 반대로 흘러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는 것이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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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의 시간은 처음 데이트할 때부터 이별하는 순간까지 순서대로 진행한다. 다만 캐시의 시간은 제이미의 시간과 반대로 간다. 제이미는 캐시와의 미래를 꿈꾸며 나아가지만 캐시는 이미 제이미와의 이별을 겪고 행복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교차하는 시간은 오로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인 결혼식 장면뿐이다. 끝을 알기에 그들의 사랑은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연출가 이지영은 이러한 연출에 대해 "5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시각화하고 싶었다"며 "제이미와 캐시의 갈등을 극대화하고자 했다. 회전무대와 시간대를 통해 어긋나고 만나는 심리적인 거리와 관계를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신선한 연출 방식에 놀랐지만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캐시 역의 박지연은 "시간이 역순이다보니 점차 식어가는 제이미를 보면서 캐시는 반대로 행복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며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오히려 감정이 반대될수록 상대 배우의 감정에 탄력 받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캐시 역의 민경아는 역순이라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캐시의 넘버를 시간 순서대로 배치해 제이미와 같이 합을 맞춰보고 난 뒤 다시 역순으로 불러보는 연습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민경아는 "역순이라는 혼란이 있었으나 제이미와 같이 노래를 불러보고 합을 맞춰보는 과정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연습 때부터 턴테이블을 같이 사용하면서 제이미와 맞춰갔다"고 말했다.

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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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또 다른 특징은 90분 동안 두 명의 배우들이 퇴장 없이 극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시와 제이미는 서로의 시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계속 한 무대에 같이 출연한다.

제이미 역의 최재림은 "다른 시간대이지만 한 무대에 서서 캐시가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미래와 과거가 만나는 것처럼 느껴져 신선했다"고 말했다

연출가 이지영은 쉼 없이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했다. 이지영은 "곡 하나가 굉장히 길고 어려운 노래가 많다. 90분 동안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배우들이 잘 따라와 줬다"며 "배우들이 잘 해낼 것이라 믿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민경아는 "처음에 퇴장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화장실은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히려 상대 배우와 함께 계속 무대에 서 있다는 것이 좋다"고 속마음을 고백했다.

제이미 역의 이충주는 "원래 물을 많이 먹고 땀을 많이 흘려 가능할까 고민했는데 지금은 퇴장이 있는 버전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졌다"며 "처음 제안받았을 때 배우로서 큰 도전이겠다고 생각했지만 힘든 만큼 가치 있을 것이라 확신이 들었다. 매 공연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감정, 스토리 등을 전달하는 송스루 작품이라는 것도 배우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민경아는 "배우라면 욕심이 나는 작품이었지만 지금까지 한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역대급으로 어려웠다"며 "송스루 작품이라 더 어려웠다. 노래 안에서 내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그동안의 고민들을 털어놨다.

사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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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림은 최근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를 오가는 일정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의 연습까지 병행해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던 당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공연 중 '삑사리'를 낸 것과 함께 코로나19 확진돼 무리한 일정이 공연 완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재림은 "많은 작품을 출연하고 있다는 것은 배우한테 영광이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매 공연 열심히 하고 있다"며 "안타깝게 아파서 팀에 피해를 끼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는데 빠르게 회복하고 복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최재림, 이충주, 민경아, 박지연이 출연하는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오는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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