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과 협상, 공정성 시비 속 결국 파행
경기 불황 사이클 입성, 매각전 장기화 우려

사진 = HMM
사진 = HMM

[월요신문=전지환 기자]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의 매각 본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매각 측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일부 사항에 대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며, HMM 관리는 기존처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 7일 산업은행(이하 산은),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와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간 HMM 매각을 위해 진행한 주주 간 계약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7월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해 공고를 냈고,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그리고 그 해 12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본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5주간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협상 기간을 2주 연장했다. 총 7주라는 시간동안 협상을 했음에도 매각측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일부 사항에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막판까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주주 간 계약 유효기간 5년 제한 조항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JKL파트너스만이라도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매각 측이 이를 수락하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HMM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 체제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재매각의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고 말했다.

HMM 매각국 제자리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4월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으로 구성된 매각 자문단이 출범했으며, 7월 HMM 경영권 공동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절차를 개시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높은 인수가가 매각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시장에선 해운업 위주로 그룹 규모를 키워 나고 있는 SM그룹 및 그룹 비즈니스 상 해상 운송 계열사 필요성이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을 HMM의 새 주인 후보로 점찍었고 이들 기업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장의 소문과 달리 인수전에는 현대차와 포스코, SM 모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는 동원그룹, 하림그룹, LX 및 독일 최대 해운사인 하팍로이드가 대신했다.

이 중 하팍로이드는 국적 선사의 해외 매각에 따른 부정적 여론 및 해운 주권 상실에 따른 리스크 등을 이유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LX 또한 지난해 11월에 진행된 본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LX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본입찰 불참 관련 "시장상황,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판단하에 불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팍로이드가 탈락하고 LX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HMM 인수전 본입찰에선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의 맞대결이 진행됐고, 좀 더 높은 가격을 적어낸 하림이 우선협상권을 따냈으나 '승자의 저주' 우려 속 최종 사인은 하지 못했다. 

말 많던 인수전, 공정성 우려 속 파행 결론  

HMM 입찰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됐을 때부터 뒷말이 불거져 나왓다. 

당시 하림그룹은 산은과 해진공에 매각측이 보유한 1조 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 뒤 주식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동원그룹은 이에 반발해 항의성 공문을 보냈다.

산은과 해진공이 추진했던 HMM 매각 지분은 3억9879만주로 HMM 지분 57.88%에 해당한다. 이는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하지 않은 수치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38.9%로 떨어지게 된다.

즉 해당 영구채가 존재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이 상당수 지분을 보유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경영 및 배당이 줄어들 수 있어 당시 하림그룹은 매각측에게 영구채 전환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은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구 사항이 있었다면 기존 인수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그룹 측에선 하림그룹의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요청이 받아들여져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경우 법적 소송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요구가 논란이 되자 하림측 또한 조건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경기 불황 속 매각전 장기화 전망  

해운업 경기가 불황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의견 또한 HMM 매각 협상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14일 HM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으로 매출 8조 4010억원, 영업이익 5849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55%, 9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90% 줄어든 1조63억원으로 나타났다.

HMM 관계자는 수요 둔화 및 공급 정상화에 따라 아시아에서 미주노선을 비롯해 유럽 등 전노선에서 운임 하락이 지속되며, 전년대비 실적이 감소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기순이익은 코로나19 여파로 운임비가 급등한 2021년에서 2022년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을 올렸다. 부채비율은 2022년 말 대비 25%에서 20%로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HMM은 올해 전망과 관련해 중국 경기회복 지연, 글로벌 소비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운임 변동성이 크고 수요 회복도 더딜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에 대해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 하락, 체질 개선에 따른 효율 증대, 수익성 높은 화물 영업 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HMM 매각이 자칫 장기화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시장 여건 매각 상황 등 매각 진행을 가로 막는 부정적 요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산은과 해진공은 1조6800억원 영구채를 처리한 뒤 HMM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과 해진공이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은 종전 57.9%에서 74%로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매각 가격도 12조원에서 13조원사이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즉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은 인수 참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여전히 차기 인수 후보로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등이 대기업들을 인수 후보군에 두고 있으나 이들 기업의 인수전 참여 의사가 현재로선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산은이 포스코측에 HMM 인수를 제안했을 당시 포스코 측은 "올해는 논의하기 힘들다"고 답했던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최근 포스코그룹 경영진이 재편, HMM 인수를 위한 내부 논의가 재개될 수도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곤 있으나 추측성 희망일 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HMM 인수전 참여에 대해서도 부정 의견이 적지 않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볼 때 현대글로비스가 HMM을 인수하면 사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으며, 과거 현대그룹 시절 현대상선이던 HMM 인수를 통해 과거 현대그룹 자산을 인수한다는 상징적 의미는 존재한다. 반면 정의선 회장의 그룹 승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 상황에서 수조원이 투입될 HMM 인수전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해운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화그룹도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대형 해운사 인수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화그룹 또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해양 에너지개발사업을 위해 해운업 진출을 차진하고 있을 뿐, HMM 인수 계획은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또한 인수 자금 측면에서도 현재 한화에 여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MM의 잔여 영구채를 지분으로 전환한 뒤 매각할 경우 몸값은 치솟을 수 있지만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받게 된다"며 "자본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의 참전이 앞으로 본격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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