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국민은행 제치고 '리딩뱅크' 차지…나 홀로 기업대출 두 자릿수 증가
'부진한 실적' 우리은행, 올해 공격적 기업대출 예상…은행권 출혈경쟁 우려도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ATM기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서령 기자]하나은행이 KB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에 올라섰다. IBK기업은행은 우리금융을 순익에서 제치는데 성공했다. 두 은행 모두 기업대출 성장이 실적 향상의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기업대출이 은행 실적이 바로미터로 자리잡으며, 올 한해 기업대출 시장을 둘러싼 은행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KB국민은행(3조2615억원)을 2151억원 앞섰다. 업계 3위에 머물던 하나은행이 신한은행은 물론 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에 올라서자 금융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은행별 지난해 순익을 살펴보면 ▲하나은행 3조4766억원 ▲국민은행 3조2615억원 ▲신한은행 3조677억원 ▲우리은행 2조5250억원 순이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호실적은 대기업 중심의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의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44조8285억원에서 지난해 162조463억원으로 11.9%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8%, 7.7%, 6.6% 늘어난 170조4740억원, 175조1573억원, 160조6834억원을 기록했다.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린 하나은행만이 유일하게 10% 넘게 증가한 것.

특히 기업대출 중 건전성이 뛰어난 대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대기업대출은 25조8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5% 증가했다. 이어 국민은행 30.1%, 신한은행 25.8%, 우리은행 22.8% 늘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중소기업 대출도 10% 넘게 증가했다.

또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기업대출 잔액은 668조3615억원으로 전년(616조825원) 대비 52조2790억원(8.5%) 증가했으며, 올해는 증가율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IBK기업은행 역시 기업대출 성장에 따른 호실적을 기록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2조675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순익 측면에서 우리금융을 앞서면서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13조1000억원(5.9%) 증가한 233조8000억원이다. 은행권 중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230조원을 돌파한 것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며,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시장 점유율은 23.2%에 달한다.

고금리 상황 속 기업대출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로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중은행은 올해도 기업대출을 늘리며 성장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진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명가 재건' 목표 아래 올해 기업대출 확대를 외친 이유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에서 2022년 말 기준 대기업 대출 18조3000억원, 중소기업 대출 111조원을 2027년까지 각각 63조7000억원, 174조2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기업대출을 지속적으로 키워 2023년 3분기 기준 5대5인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비율을 2027년까지 6대4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은행은 대기업부문에서 연간 30%, 중소기업부문에서 연간 10%의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기업금융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대구은행 역시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33조3000억원으로 국내 주요 시중은행 대비 작은 규모다. 대구은행이 자산 규모를 늘리고, 수도권으로 진출해 덩치가 큰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전략이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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