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월요신문 편집국장
김영 월요신문 편집국장

얼마 전 만난 친구에게서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수능을 본 조카가 서울대에 합격했는데 재수를 준비할 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에 과도 나쁘지 않았는데 다시 수능 시험을 준비한다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의대 입학을 준비했고 서울 소재 의대에도 합격했는데, 좀 더 상위권 의대 진학을 위해 부모랑 상의해 재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친구 조카를 만난 적은 없다. 그저 공부 잘하는 아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 아이와 부모가 서울대 입학을 포기하고 재수라는 힘든 길을 선택하려는 이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예단해선 안되겠지만, 아마도 의사에 대한 순수한 동경 보다는 다른 이유가 크지 않을까 짐짓 유추해 본다.  

2022년 기준 한국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3070만원이었다. 페이닥터 평균 연봉이 1억 8000만원이었고, 개원의 평균 수익은 3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행정부 고위공무원 평균 연봉이 9137만원, 회계사 7397만원, 검사 7043만원, 문과 계열에서 의사만큼 선망의 직업으로 불리는 변호사 평균 연봉이 9217만원이었다.

의사들의 평균 수익이 웬만한 대기업 임직원들은 물론 여타 고연봉 전문 직종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으로 많다는 걸 알수 있다. 실상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되거나 창업해서 대박이 나는 사례를 빼곤 의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은 한국에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기회가 되고 능력이 있다면 누구라도 의사가 되길 갈망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한다. 또한 돈이 세상 전부는 아닐지라도 돈으로 안 되는 걸 찾는 게 더 힘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젊고 재능 넘치는 인재가 남들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연봉이 보장된 의사를 선망하는 걸 나쁘다고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친구 조카처럼 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이 의사만을 바라보는 최근 세태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긴다.

끝으로 딴지 좀 걸자면 우리 일상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결국 임상 데이터 적용을 두고 실력을 평가받는 기존 의료계 역시 조만간 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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