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실시, 해외진출 시동…성장 동력 마련
인적쇄신·마케팅 변화…흑자전환 향해 잰걸음

[월요신문=고서령 기자]2019년 출범 후 지난해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 관련 올해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이 늘었고 적극적인 인재영입 및 해외 진출 등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캐롯손해보험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 누적 가입 건수가 170만 건을 돌파했다. 2020년 4월 해당 상품 출시 후 4년 만의 성과다. 무엇보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지난달 기준 재가입률은 91.5%로 업계 최고 수준를 보이고 있다. 가입이 간편하고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납입하는 구조가 고객 들에게 좋은 평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인기에도 불구, 캐롯손보의 실적은 그동안 암울했다. ▲2020년 순손실 381억원 ▲2021년 순손실 650억원 ▲2022년 순손실 795억원 등을 기록한 것으로, 지난해 또한 3분기에만 31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예상된다.

좀처럼 실적 개선이 되지 않다 보니 이 회사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또한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화그룹 3세 중 금융쪽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역할론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캐롯손보 실적 전망과 관련해선 이전과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본금 확충 및 해외 시장 진출 등 회사를 일신하기 위한 준비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말 캐롯손보는 자본 및 투자금 확보를 위한 주주대상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한화손해보험이 유증에 참여 1200억원 가량의 투자금 마련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화손보의 캐롯손보 지분율 또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60.2%까지로 확대됐다.

캐롯손보는 확보된 투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본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일에는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의 BBI(운전습관 연동형 보험) 솔루션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리포손보는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6위인 리포(Lippo) 그룹의 손해보험사로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캐롯손보는 이번 사업 수주는 캐롯손보의 내재화된 기술력과 데이터 역량이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은 첫 사례로, 신규 비보험 수익 기반을 창출해 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고 설명했다.

캐롯손보는 인적 쇄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한화그룹 내 전략투자 및 컨설팅 전문가로 알려진 문효일 대표를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문 대표는 한화 전략통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지난해 5월에는 현대차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과 한컴 등에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일했던 배주영씨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애플에서 AI와 머신러닝 개발을 담당해 온 이진호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이에 업계 내에서도 올해가 캐롯손보 실적 반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가치가 1조원대로 올라선 것은 물론 적자 타개를 위해 인재영입 및 마케팅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한 만큼 기업 성장 및 흑자전환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 분석이다.

또한 일각에선 오는 2025년으로 예정된 IPO(기업공개)에 앞서 올해부터는 눈에 띌만한 실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란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흑자전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캐롯이 목표하고 있는 지향점은 지금 당장의 흑자 보다 좀 더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위해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된 미국의 아마존이나 테슬라도 창립 이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기 까지 10년, 1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면서 "혁신 기업 일수록 흑자 전환을 하기까지 긴 세월을 인내하며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지금 당장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캐롯만의 역량과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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