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교수, "필수 의료 패키지, 타율적 규제 종합세트"
의료계 "의대 증원 이슈, 정부가 정쟁 도구로 이용"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정부의 의과대학 정책에 반발하는 의사와 의대생들이 여의도 일대에 모여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대 2000명 증원이 의학 교육의 질 저하와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2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의협 비대위)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4만 명 이상, 경찰 추산 1만 2000명의 의사, 전공의, 의대생이 집회에 참여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지난달 6일, 정부가 기습적으로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다"며 "의사협회와 논의하기로 한 9·4 의·정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독으로 가득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선물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사가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을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일방적인 추진을 결정했다"며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모든 의사가 한목소리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알고 있지만, 정책과 제도를 악용해 의사를 영원한 의료 노예로 만들기 위해 국민 눈을 속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이라도 정부가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민 불편과 불안을 조속하게 해결하길 원한다면, 전공의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와 비상 대책위원회 누구도 의료 파국을 조장하거나 원하지 않는다. 정부의 무모한 정책 추진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앉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정부의 2000명 정원이란 큰 파장을 함께 극복하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함께하겠다"라며 대회사를 마무리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지도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안덕선 교수 "필수 의료 패키지, 타율적 규제 종합세트"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인사들은 결의문을 통해 의대 정원 증원 철회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의학 교육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며, 의사를 양성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교육 여건과 시설 기반에 대한 선제적 준비와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의사를 2000명을 증원한다면, 의료비, 건강보험료 등 늘어나는 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덕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집회에서 "지금의 교육도 부실한데 2000명 증원 인력이 의대 졸업하고 5년 후가 되면 인턴, 전공의 도합 만 명이 졸업 후 교육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교육 계획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내놓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는 전문직의 자율성이 바탕이 아닌 각종 타율적 규제 종합세트로 의료개혁인지 아니면 의사 노예화인지 매우 통탄스럽다"고 밝혔다.

안 명예교수는 또한 "정부는 2000년 보건의료기본법으로 보건의료 기본계획과 시행을 주기적으로 할 것을 법제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정부의 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본 적이 없다"면서 "20년이 지나도록 기본 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정부가 과연 필수 의료를 살릴지 대단히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인숙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 이슈가 4·10 총선 등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작금의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정치와 정쟁의 대상이 아닌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제도와 의료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존망이 걸린 중대 사안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일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날 참석자들은 "의료계와 합의없는 의대 증원 결사반대", "일방적인 정책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비과학적 수요조사 즉각 폐기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원점 재검토", "의대 증원 X"가 쓰여있는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집회 도중, 이들은 "무분별한 의대 증원 양질의료 붕괴된다", "준비 안 된 필수정책 의료체계 종말이다", "무분별한 증원정책 국민부담 폭증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의대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인턴 A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와 일부 언론이 현 상황을 마치 의사들이라는 기득권 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 프레임화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이런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더욱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 근거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의사들이 왜 이렇게까지 반대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점은 부각되지 않고 오로지 정부에 반대하는 모습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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