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콰지모도', '에스메랄다 독립운동 해야지' 댓글 보고 깜짝
"관객 피드백 참고해 콰지모도 캐릭터 연구하고 있어"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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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의 20년 연기 생활의 롱런 비결은 '연습 또 연습'이었다.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는 그는 데뷔 초와 변함없이 캐릭터를 연구하고 연습에 매진하며 대중들이 원하는 배우로서 성장해갔다.

정 배우는 관객들이 콰지모도에게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게 더욱 허리를 낮추고 무대 위에서 그들과 눈을 맞췄다. 그의 연기 아래 콰지모도는 추악한 외모로 멸시받는 존재가 아닌 애절하고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에 진심인 남자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가 됐다.

◆ 이번에 처음으로 '노트르담드 파리'에 참여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2009년쯤 30대에 처음 부산에서 공연을 봤었는데 그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노트르담드 파리'의 노래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작품을 선택할 때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을 해보고 도전하는 편이다. 내가 인기 많은 잘생긴 남자 역할을 맡기에는 부족하지 않은가?(웃음) 콰지모도는 내 모습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배우도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공연 전에는 많이 떨리기도 하고 노래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즐거움보다는 부담감이 더 앞선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빨리 공연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 스스로 공연을 즐기지만 관객들도 공연을 즐기는 것이 느껴진다.

◆ 빅토르 위고의 작품인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드 파리'에 모두 참여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이 있는가?

빅토르 위고의 장점 중 하나는 인물의 묘사라고 생각한다. 두 작품 모두 캐릭터를 세세하게 표현해놨기 때문에 연기할 때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차이점은 '노트르담드 파리'에는 사랑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레미제라블'과 '노트르담드 파리' 모두 계층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작품이지만 '레미제라블'에는 배고픔과 권력에 대해 직설적이고 반항적으로 그려냈다면 '노트르담드 파리'는 사랑을 첨가해 애절한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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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계에서 연습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전 화보에서도 20년 연기 생활 동안 변하지 않았던 것은 연습량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성화만의 콰지모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콰지모도만이 가지고 있는 추한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음악 감독과 연출이 요구한 대로 원래 나의 목소리 그대로 노래를 했었다. 그런데 내 공연을 본 한 관객이 인터넷에 '너무 청아한 콰지모도'라고 댓글을 남겼더라. 그 댓글을 보고 내 노래 실력만을 뽐내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저음 음역대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콰지모도는 불편한 점이 많은 캐릭터다.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며 꼽추라서 걸음걸이도 이상하다. 귀가 어두운 콰지모도를 표현하기 위해 발음 연습을 많이 했다. 어눌하면서도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끔 노력했다. 연습을 하다보니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는데 얼굴을 최대한 찡그리면 발음도 노래도 뭉개지는 듯하면서 가사가 잘 들리는 딱 내가 원하는 콰지모도를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얼굴을 찡그리면 추악한 콰지모도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 일석이조라고 생각한다.

다리 근육 훈련도 많이 했다. 콰지모도가 꼽추이다보니 공연 내내 허리를 구부린 채 낮은 자세로 걸어 다녀야 한다. 사실 허리를 굽히고 노래를 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허리를 낮추려고 노력한다. 콰지모도를 더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연습 첫날에는 며칠 동안 앓아 눕기도 했다. 연습할 때 다른 배우들에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놨더니 유산소 운동이랑 무릎을 보호할 만한 운동을 가르쳐줬다. 지금은 그들이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연습 중이다.

◆ 관객들의 반응을 자주 찾아보는 편인가? '청아한 콰지모도'처럼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공연이 끝나고 나면 내게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마치 주방장이 손님들에게 음식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체크 하는 것처럼 내 노래를 관객들이 어떻게 지켜봤는지가 궁금하다. 심한 욕이라도 나한테 충고가 되고 참고가 되리라 생각해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얼마전 열린 음악회에서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라는 노래를 부른 영상 중에 '일어나 에스메랄드 독립운동 해야지'라는 댓글을 봤다. 그만큼 관객들에게는 '영웅'이라는 영화의 임팩트가 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표현한 것과 다르게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에 깜짝 놀랐다. 작품을 했을 때 '영웅'과 같은 배우의 대표작이 생각이 안 나도록 하는 것이 배우가 할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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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했듯이 대표작 '영웅'의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많이 굳혀진 것 같다. 이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뮤지컬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대중들에게 소개해드렸다는 뿌듯함이 있다. 뮤지컬 한 편 보러오기까지 큰 결심이 필요한데 그래도 저를 믿고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단점으로는 대중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부담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 무대에 올라가서 매번 똑같이 잘 부르기는 어렵다. 연습 때는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반성하고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콰지모도 역할의 윤형렬 배우는 '노트르담드 파리'에 오랫동안 출연해왔다. 정 배우에게 많은 도움을 줬는가?

처음 '노트르담드 파리'에 출연하는 것인 데다가 연출이 원하는 부분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연습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런데 윤형렬씨가 "여기서 두 걸음 걸어야 나갈 때 안 넘어져요.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 많이 무서울 거에요. 얇은 틈에 신발이 끼일 수 있는데 조심하세요"라면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오랫동안 한 친구니까 확실히 짬이 있는 것 같더라.

그래도 나는 혼란을 많이 겪었다. 양준모씨도 처음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해 나처럼 많이 힘들어했다. 결국 양준모씨와 서로 위로해주면서 더 돈독한 사이가 됐다. 이제 양 배우와는 전우애가 느껴진다. 배우는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참 중요한 직업인 것 같다.

◆ 이번 콰지모도의 분장이 충격적이다. 가족들은 이번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공연에 가족이 오면 대체로 분장실로 와서 인사를 나누는데 처음으로 11살 된 내 아이가 나를 보고 피했다. 그만큼 콰지모도의 분장이 사실적이라는 것 아닐까(웃음). 우리 가족은 '노트르담드 파리' 넘버를 굉장히 좋아했다. 계속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놓고 차 탈 때마다 들었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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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언에서 뮤지컬 배우로 전향해 20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서 매진했다. 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뮤지컬로 처음 데뷔했을 때 관객들의 함성이 잊히지 않는다. 눈물이 막 나면서 이제 함성을 듣기 위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이후에는 함성을 이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고심했다. 공연을 연구하고 나를 파악하고 연습을 성실히 하는 것만이 계속 함성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환호성과 박수는 매일 받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무대의 배우들에게 환호성과 박수는 공연하느라 수고했다는 의미이자 칭찬이자 열심히 한 사람에게만 주는 상이다. 뮤지컬을 마무리했을 때의 그 쾌감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 노트르담드 파리 이후에는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가?

뮤지컬 영화 '영웅'에서 난생 처음 주인공을 맡았다. 되게 웃긴 게 주인공을 했는데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왕이면 한 번 더 뮤지컬 영화를 하고 싶다.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불모지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극장에서 노래하는 걸 들어야 하냐며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를 자주 제작해봐야 어떤 포인트에서 관객들이 오글거린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종상에서 상을 받을 때 영화제작자들에게 뮤지컬 영화를 꼭 좀 제작해달라고 부탁했다. 피드백을 들어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는 뮤지컬 영화에 꼭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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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에게 어떤 콰지모도로 남고 싶은가?

연민의 정을 느껴지는 콰지모도로 불리는 것이 이번 작품의 목표이다. 공연이 끝날 때쯤 관객이 콰지모도를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윤형렬 배우, 양준모 배우 정말 모두 휼륭하지만 내가 가장 연민의 감정을 잘 건드리는 콰지모도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누구를 선택해도 다 만족할 거라고 자신하지만 이왕이면 열심히 할테니 내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정성화 배우가 출연하는 '노트르담드 파리'는 오는 3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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