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선 과제,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체급차에 회의적 시각도
디지털 접근성↑, 기업 대출 확대 등 수도권 영업망 확대 박차

[월요신문=고서령 기자]오랜 세월 DGB금융지주와 DGB대구은행에 몸담은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차기 DGB금융의 새 회장으로 선정됐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지방은행이란 한계를 넘어 전국구 금융지주사로 나아가기 위해 변모 중인 DGB금융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오는 28일 10시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황병우 DGB대구은행장을 지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DGB금융은 앞서 지난달 2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DG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추천한 바 있다.

회추위는 황병우 회장 내정자에 대해 "그룹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으며, 우수한 경영관리 능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시중지주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DGB금융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황병우 내정자는 당분간 대구은행장도 겸직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둔 만큼 그동안 시중은행 전환을 이끈 황 내정자가 연속성 있게 이어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의 대구은행장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로 임기를 마칠 것이 유력하다.

황 내정자의 취임 후 가장 최우선 과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그룹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적지 않다.

DGB금융은 최근 '지방금융 2위'라는 지위에서 밀리고 있다. 그룹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38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5860억원을 달성한 JB금융지주 대비 2000억원 가까이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기존 시중은행과의 체격차가 지나치게 커 대구은행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고 사실상 '메기' 역할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연간 순이익을 살펴보면 ▲하나은행 3조4766억원 ▲KB국민은행 3조2615억원 ▲신한은행 3조677억원 ▲우리은행 2조5159억원 ▲NH농협은행 1조7805억원으로 대구은행(3639억원)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다.

이처럼 지역적 한계에서 벗어나 체격을 키워야 하는 대구은행은 리브랜딩,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디지털 접근성 확보, 수도권 기업금융 특화 등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과 함께 'iM뱅크'(아이엠뱅크)로 사명을 바꾸고, '전국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로 거듭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황 내정자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프론트원을 방문해 핀테크 관련 논의를 진행하며 "금융의 한계를 벗어난 거대한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중은행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대구은행 역시 기업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기업특화 영업점을 신설하며 수도권 영업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대구은행의 기업대출 자산 규모는 33조4435억원으로 하나은행(162조463억원), 우리은행(170조4740억원), 국민은행(175조1573억원), 신한은행(160조6834억원)과 비교했을 때 아직 갈 길이 먼 수준이다.

대구은행은 ▲성남금융센터 ▲인천금융센터 ▲부산동부금융센터 ▲대전금융센터 ▲평택금융센터 ▲수원금융센터 ▲화성금융센터 ▲여의도금융센터 등 9개의 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금융센터를 통해 지역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려 지방은행 한계를 탈피하고, 특히 올 상반기 우량 자산 중심의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해 새로운 고객 확보는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국 점포망 구축 및 찾아가는 금융 실천 ▲중신용등급 중소기업을 위한 관계형 금융 확대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금융 확대 ▲금리 경쟁력 있는 디지털 상품 공급 ▲초기기업 육성과 혁신기업 투자·지원 강화 ▲지역 맞춤형 금융 공급 등을 실시한다.

부산 5개, 경기지역 4개, 서울 3개, 인천 1개, 대전 1개 등의 영업점을 통해 대구가 아닌 지역에도 이미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 전환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은행본점과 지주사가 터를 잡고 있는 대구를 떠나지 않는 등 이미 굳건히 확보하고 있는 지역거점 고객 역시 놓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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