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킬러문항 배제..고등 사교육 총액 증가율, 초·중과 반대로 상승
교육부 "출산율로 사교육비 총액 증가 영향" 해명..설득력 떨어진다는 지적 나와
사교육 연구 "정부 정책, 사교육 근본 원인 맥 못 짚어"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그래프. 사진=통계청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전체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그래프. 사진=통계청

[월요신문=박지영 기자]교육부가 사교육비 총액 감축을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 1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5% 증가한 수치로 사실상 정부로선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특히 고등학생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교육부는 이를 고교생 수의 증가에 기인한다고 해명했으나, 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의 증가율이 1%에 불과해 정부 해명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과거 여러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사교육비 증가의 근본 원인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14일 교육부는 지난해 9월 국회에 2024년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성과계획서에서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을 24조2000억원으로 밝혔다.

2022년 총액(26조원) 대비 1조8000억원(6.9%)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인데, 이날 공개된 2023년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지난해 3월 김천홍 당시 교육부 대변인은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는 (사교육비 증가 추세를) 소비자 물가상승률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4.5%로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3.6%)을 웃돌았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5.8% 증가해 역시 물가상승률을 넘어섰다.

교육부가 제시한 목표를 모두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사교육비 조사는 지난해 3~5월 및 7~9월 간 월별 사교육비를 각각 같은 해 5~6월과 9~10월에 살핀 결과다. 전국 초중고 약 3000개교의 7만4000명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전년 대비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을 보면, 초등학교는 2022년 13.1%에서 2023년 4.3%, 중학교는 11.6%에서 1.0%로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고등학교는 6.5%에서 8.2%로 오히려 더 상승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6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킬러문항 정조준한 정부...실효성은 의문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수능 모의평가가 끝난 직후, 11월 수능에서 교육과정 밖 내용을 대형 학원에서 문제 풀이법을 배워야 풀 수 있는, 일명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6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 경감 대책 브리핑을 열고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히고 반복적으로 훈련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소위 킬러문항은 핀셋으로 철저히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학부모들은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수능 킬러문항으로 인해 사교육으로 내몰렸다"며 "(일부 수능 전문 대형 입시학원은) 공교육 과정에서 나오지 않는 상위 개념을 익혀야 고난도 문제를 더 쉽고 빠르게 풀 수 있다고 불안감을 자극해 더 많은 사교육, 더 많은 선행학습을 유도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또한 내부에 사교육 대응 전담 부서를 가동했고 2014년 박근혜 정부 이후 9년 만에 사교육 종합대책을 내놨는데 수능 출제위원과 현직 교사의 사교육 영리행위를 금하고 영유아 대상 학원인 소위 '영어유치원' 편법 운영을 점검하겠다는 등 단속에 초점을 뒀다.

국세청도 메가스터디와 시대인재를 비롯한 대형 학원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듯 했지만 결국 실효성은 없었던 것이다.

'전체 학생수 연도별 추이'. 사진=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전체 학생수 연도별 추이'. 사진=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교육부 "출산율로 사교육비 총액 증가 영향" 해명..설득력 떨어진다는 지적 나와

교육부는 고교 사교육비 총액 증가가 고교 학생 수가 늘어난 영향이 있다고도 부연했는데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찬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분석 브리핑에 나와 "그 해 출산율 증가 영향으로 인해 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늘어나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이 높아졌다"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교 사교육비 총액은 이례적으로 학생 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는 것인데 교육부는 "고등학교 1~3학년은 2022년 126만2000명에서 이번 조사 시점인 2023년 127만8000명으로 1만3000명 늘었다"고 전했다.

2023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등학교 전체 학생수는 2022년 126만 2348명에서 2023년 127만 8269명으로 1만5921명(1.3%) 증가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발표한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 자료를 보면, 2022년 6조 9651억원에서 2023년 7조 5389억원으로 8.2% 높아졌다.

고등학생 수 증가율은 1% 수준인데, 고등학생 사교육비 총액 증가율은 8.2%로 나타나 정부의 해명에 근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앞에 의대 준비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한 한 의대 입시 전문 학원 앞에 의대 준비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사교육 연구 "정부 정책, 사교육 근본 원인 맥 못 짚어"

2019년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에 발표된 연구('사교육비경감 정책문제 정의의 타당성 분석: 노무현 · 이명박 · 박근혜 정부 중심으로')를 살펴보면, 과거 여러 정부의 정책이 사교육의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사교육의 원인으로 "교육을 통한 지위 경쟁 및 높은 소득에 대한 기대, 학부모의 불안 심리로 인한 과도한 교육열, 학벌・학력주의 사회풍토 만연, 시험점수・석차위주 대학입시제도" 등을 들고 있다.

즉 학력・학벌주의 사회풍토, 대학입시 준비 등이 사교육의 근본 원인인 반면,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정부들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주요 정책방향으로 학교교육 내실화, 사교육 수요 흡수, 대입제도 전형개선을 하는 등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면서 "이러한 성과는 미미한데 그 이유는 학부모 및 학생이 사교육을 할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 정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 "사교육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문제 정의와 해법 및 정책수단이 마련되고 추진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올바른 정책방향은 사교육의 근본 원인인 교육을 통한 지위경쟁에 대한 문제정의를 하는 것"이라며 "사회경제적 약자가 교육을 통한 지위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사교육비경감 정책문제를 초월하여 훌륭한 인재개발의 미래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이날 2023년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분석 브리핑에 나와 "올해 증가 추이를 봤을 때 상당 부분 내년 쯤에는 반드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당장 올해 고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며 의대 입학을 고려하는 사교육계 쏠림 현상이 극심한 가운데, 내년도에도 사교육비 증가 추세가 실제로 감소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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