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과정에서 금융지주와 중앙회 알력 다툼
내분 봉합 및 대외 신인도 회복 등 중요해

[월요신문=이승주 기자]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이 이 회사 새 대표이사 취임을 앞두고 있다. 윤 내정자에 대한 최종 선임은 2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우여곡절 끝에 차기 대표로 낙점된 윤 내정자의 당면 과제로는 내분 봉합 및 대외 신인도 회복이 꼽히고 있다.

15일 업계 따르면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를 통해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로 최종 선임된 윤병운 내정자에 대한 주총 선임안이 별다른 문제 없이 통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NH투자증권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는 6년 임기를 마치고 용퇴를 결정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후임 인선을 두고 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었다.

농협금융이 내부 출신이자 IB(기업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윤병운 내정자를 농협중앙회가 전통 농협맨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각각 추천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회 측에서 농협 자회사간 소통을 이유로 중앙회 내부 출신 선임을 강력히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중앙회장직에 오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NH투자증권의 폐쇄적 조직 문화로 인해 타 자회사와 협업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증권사 대표 선임을 둘러싼 농협금융과 중앙회간 인사 잡음이 커지자, 금융권에서는 농협금융의 태생적·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농협금융이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된 회사다 보니, 중앙회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일각에선 농협금융 출범 이유 중 하나가 전문 금융사로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독립경영 체제 확립이었는데, 지분 구조상 제한 없는 의결권을 가진 중앙회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어섰고 독립 경영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수시 검사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당국이 밝힌 검사 실시의 표면적 이유는 최근 발생한 농협은행 직원의 배임 사건이었는데, 금융권에선 중앙회의 과도한 자회사 인사 개입에 따른 조치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회의 인사 개입이 금융 계열사의 독자 경영을 제약하고, 이에 당국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자체를 들여다보기로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윤병운 내정자의 당면 과제로도 중앙회와 갈등 봉합 및 조직을 둘러싼 대외 신인도 회복, 금감원 검사 대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정영채 대표 임기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과 함께 농협금융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며 "취임 전부터 중앙회와 금융지주간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윤병운 내정자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회사 성장을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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