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기조 '첫발', 계열사 경쟁 과열 우려도

사진=신세계그룹
사진=신세계그룹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신세계그룹이 통상적 정기 인사가 아닌 임원진 수시 인사에 나선다. 줄곧 성과주의를 강조해왔던 정용진 회장의 기조가 반영된 인사 체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 체계가 바뀌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밥그릇 싸움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그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부 핵심성과지표(KPI)를 반영해 이르면 다음 달부터 임원진 수시 인사를 단행한다.

이는 특정 계열사가 기대 실적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겼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표방하고 있는 신상필벌과 성과주의 기조를 그대로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등급제를 내세우고 있는 그룹 인사제도의 특성상 성과에 따른 보상은 개인 보다는 직급에 맞춰져있다. 이를 개편해 개개인의 능력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보상의 폭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당초 신세계는 정 회장에 대한 승진과 수시 인사를 함께 단행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최근 실적 악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면서 불발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정 회장은 경영전략실 개편을 통해 인사제도를 손보기도 했다. 전담팀을 꾸려 산하에 'KTF'(K태스크포스)와 'PTF'(P태스크포스) 등 두 개 전담팀을 신설한 것이다. 기존 제도를 혁신하고 전면적 개편을 주문해 책임경영과 인재 확보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당시 정 회장은 전략회의에서 "철저하게 성과에 기반한 인사·보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성과주의 기조에 걸맞는 인사시스템 개편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 4000억원을 기록, 쿠팡(31조 8000억원)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건설 경기가 악화하면서 창립 이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손익이 적자 전환했다.

이커머스 계열사인 SSG닷컴도 적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새 인사제도를 통한 임원진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는 CEO가 실적이 부진해도, 문제가 있어도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행이 있었는데 지금은 위기 상황이니만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며 "인사 수요가 있으면 바로바로 인사 조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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