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 월요신문 편집국장
김영 월요신문 편집국장

객관적 데이터는 없지만 언젠가부터 언론계 투신하는 인재 수가 줄고 있다고 느껴왔다. 전체 지원자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은 물론, 시대정신을 갖춘 패기 넘치는 젊은 친구들 보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때마다 주변에 푸념하듯 "요샌 다들 기자 말고 유튜브 하는 것 같아"라고 말해왔는데, 휴고 트래버스의 기사를 접하며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젊은 세대는 앞서가는 데 언론은 그 뒤꽁무니도 못 쫓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휴고 트래버스는 유튜브, 트위치, 틱톡 등 개인 SNS 팔로워 수가 1400만 명을 넘는 프랑스 대표 시사 인플루언서다. 1997년 베르사유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재학 시절이던 2012년 처음 뉴스 웹사이트를 만들고 현재 미디어 스타트업 '휴고 디크립트'을 이끌고 있다.

자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트래버스는 대단히 큰 영향력을 갖춘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게 지난 2022년 프랑스 대선 때 일이다. 재선 도전에 나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물론 주요 후보들이 앞다퉈 트래버스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다.

이런 트래버스에 대해 미국 CNN은 '프랑스 언론을 넘어 정치판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휴고 트래버스가 서른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자국을 대표하는 시사 인플루언서로 떠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뉴스에 대한 젊은 세대의 수요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딱딱하고 단조로운 기존 언론의 보도 행태가 젊은 세대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면, 트래버스는 애니메이션과 짧은 영상 등을 적극 활용해 젊은 층이 원하는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며 이들의 마음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트래버스와 같은 성공사례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알차고 재미난 영상들로 기존 언론 이상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자랑하는 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프랑스는 물론 한국 나아가 다른 여러 나라에서 기존 언론이 거대 정치권력과 자본에 휘둘리며 제 할말도 다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소비층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유튜브 채널이 여론 형성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공정 보도, 진실 보도, 국민 알 권리 충족 등 언론인으로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보도 준칙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현실에 안주하며 안일했던 지난날을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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