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탁 운동처방사
신영탁 운동처방사

과거 미국 다이어트 TV프로그램 '비기스트 루저'에 출연했던 14명을 6년이 지난 후 체중과 대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추적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당시 평균 58kg 감량했던 출연자들이 6년이 지난 후 평균 41kg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흔히 말하는 요요현상이다.

인간은 체온 36.5도를 유지하는 항상성(Homeostasis)이 작동, 우리 몸 전체를 일정하게 안정화 시켜준다. 이런 체온의 항상성과 마찬가지로 체중 역시 체중설정값(Setting Point)이란 시스템으로 유지되는데 이 내재 설정된 체중설정값이 낮아지지 않는 한 아무리 체중이 감소하더라도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체중이 줄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몸에 완전히 각인되지 않으면 다시 예전 체중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어터들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끝낸 후 원하는 목표체중을 이루고 일상생활로 돌아오게 되면 요요현상을 겪는 이유이다.

'비기스트 루저' 참여자들의 경우 더 큰 문제가 존재했다. 14명의 출연자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식단 조절 및 운동량 증가 등을 통해 소비 칼로리를 이전 대비 늘려왔음에도, 6년 뒤 기초대사량 수치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공복혈당 수치는 100mg/dl(당뇨전단계)을 넘어섰고 인슐린과 인슐린저항성(HOMA-IR) 수치는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방을 더 저장하기 좋은 몸으로 대사/내분비 인체 시스템이 바뀐 것이다. 비만이 될 수 밖에 없는 몸으로 변해버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핵심이 되는 호르몬은 인슐린, 렙틴, 코르티솔이다.

인슐린(Insulin)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중추적인 조절물질이자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축적과 저장을 촉진하는 핵심 동화호르몬이다. 음식을 먹는 시간과 먹지 않은 시간이 균형을 잃으면(12:12, 10:14, 8:16) 인슐린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체내 지방이 늘어, 비만이 유발된다. 비만인의 경우 날씬한 사람에 비해 평소 인슐린 수치가 높게 나타나며(인슐린저항성), 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해도 지방으로 더 저장되어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렙틴(Leptin)은 지방세포가 뇌의 무의식과 소통하는데 쓰이며 '체중 조절 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체 내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를 조절함으로써 에너지 저장량을 관리하는 것이다. 이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면 체중이 뇌가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지점인 체중설정값에 도달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높이거나(체중 감소), 식욕을 증가(체중 증가) 시켜 본래 체중을(항상성) 유지하는 것이다. 일정한 온도를 설정해놓으면 자동으로 온도가 조절이되는 보일러의 '자동 온도조절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 생각된다.

코르티솔(Cortisol)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며 위협을 인지할 때 투쟁-도피 반응의 호르몬이다. 포식자에게 쫒기거나 위급한 상황에서 혈압과 혈당을 상승하여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만큼 고당분, 고열량의 자극적 음식을 찾게 만든다. 특히, 코르티솔의 분비가 많아지면 복부(내장)지방 합성이 4배 가까이 증가하게 되고, 그에 따라 염증물질(TNF-a) 상승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렙틴저항성을 만든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되면 바로 이 호르몬들을 균형있게 만들 수 있다. 인슐린 민감도 상승에 따른 인슐린 수치를 감소시키고 인슐린저항성 또한 감소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코르티솔 감소에 따른 체지방 연소를 활성화하고 렙틴 저항성 개선으로 체중조절점을 감소시킨다. 또한 당보다 체지방을 사용하는 대사유연성도 개선 시킬 수 있다. 여기서 운동은 일정한 힘든 수준의 움직임을 말하며, 올바르게 비만을 해결하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호르몬을 다스리며 서서히 인체시스템의 효율성이 회복되어야 오래도록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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