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희 변호사
지민희 변호사

봄이다. 올해는 벚꽃이 평년보다 빨리 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수많은 연인들이 벚꽃 데이트를 하며 설레는 마음과 함께 봄을 맞이할 것이다.

A와 B는 교제 중에 있다. 봄맞이 나들이를 나갔다.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벚꽃을 구경하고 맛난 것도 먹었다. 식사 후 A는 말없이 B의 밥값까지 계산했다. 그리고 B는 A에게 무언가를 건네며 "A야, 생일선물이야"라고 했다. 행복한 것도 잠시, 시절 인연이라 했던가. 벚꽃이 질 때 즈음 A와 B는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가지. 그렇다면 봄 소풍 때 A가 지출한 B 식비와 B가 A에게 건네준 생일선물은 법적으로 어떻게 청산될까?

연인 일방이 상대방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인 '데이트비용'은 통상 민법상 증여에 해당한다. 증여는 당사자 일방이 무상으로 재산을 상대방에 수여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즉, 증여는 당사자 일방만이 급부를 하고, 상대방은 이에 대응하는 반대급부를 하지 않는 편무계약이다. 그리고 계약은 계약서가 없더라도 묵시적으로 또는 구두로도 성립이 가능하다. 우리의 일상은 어쩌면 수많은 계약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A가 B와 밥을 먹기 위해 지출한 데이트비용은 A가 일방적으로 B를 위해 지출한 것이다. B는 A와 함께 맛있게 식사 후 A의 지출에 고맙다는 표현 정도만 했고, B는 A의 B에 대한 식비 지출을 승낙함으로써 묵시적으로 증여계약이 성립된다. B의 선물도 마찬가지이다. B는 A에게 선물이라며 선물을 교부하고 A는 이를 받았다. 구두로 증여계약이 성립되었다.

A와 B가 결별 후 각자 식비와 생일선물의 반환을 요구한다. 식비에 대한 증여가 성립되었으므로 증여자 A는 수증자 B에게 식비를 청구하지 못한다. 생일선물의 소유권은 B의 증여 당시 A로부터 B로 이전되었다. A는 더 이상 B에 대해 생일선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A와 B는 각각 상대방의 반환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고, 상대방도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가 B에게 생일선물을 돌려주었음에도 다시 B에게 '그것은 증여였기 때문에 내꺼니까 너에게 돌려준 것을 다시 돌려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어려울 것이다. 비채변제이기 때문이다. 비채변제는 채무없음을 알고 이를 변제한 경우를 일컫으며,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개념이다. A는 B에게 선물을 돌려주고서는 돌연 다시 자신의 생일선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상으로 재미로 보는 데이트비용의 법적 성질이었다. 물론 현실에서는 어떤 데이트비용은 대여금이나 다른 성질의 것일 수 있고, 모든 데이트비용이 증여는 아닐 것이다. 각자의 사연과 사정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법이야 어찌 됐든 상대에게 다 주고 싶은 그 순간 그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닐까. 모두에게 벚꽃과 사랑으로 가득 찬 따뜻한 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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