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구매 고객 대상에게만 버킨백 판매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에르메스 '버킨백' (사진=에르메스 공식 홈페이지)

[월요신문=정채윤 기자]"버킨백은 에르메스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준' 고객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제품 희소성을 유지하려는 마케팅 전략을 고수해온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소비자 2명은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할 때 해당 소비자가 충분히 '가치 있는' 고객인지 선별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버킨백은 당대의 패션 아이콘이던 영국 가수 겸 배우 제인 버킨(1946~2023)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버킨백은 한국 기준으로 1500만 원부터 시작해 비싼 건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가 핸드백이다.

버킨백은 일반적으로 매장에 전시되지 않으며, 온라인 구입도 불가능하다. 소송을 제기한 티나 카바렐리 씨와 마크 글리노가 씨는 "에르메스 측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부 소비자에게만 별도의 공간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신발이나 스카프, 액세서리 등 다른 아이템을 구매해야만 가방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이는 불공정한 영업행위"라고 주장했다.

카바렐리 씨는 2022년 에르메스 매장에서 버킨백을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버킨백은) 우리 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주신 고객분께 돌아갈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에르메스에서 수천 달러를 사용했으나 버킨백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다른 아이템을 구매할 것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글리노가 씨 역시 지난해 버킨백을 구매하려 했으나 버킨백을 구매하려면 우선 다른 제품들을 구매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았다.

이를 두고 원고 측은 에르메스가 독점금지법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원하는 수요에 비해 훨씬 부족하게 공급하는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자사의 다른 제품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원고는 이 같은 판매 전략이 연계 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에르메스의 이 같은 관행을 금지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들은 또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 에르메스 제품을 구매했거나, 구매하도록 권유받은 미국 소비자들과 함께 집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버킨백을 판매한 직원에게는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지만, 버킨백을 제외한 다른 제품을 판매한 직원에게는 3%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르메스 측은 아직 소송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명품은 기능과 실용성이 중요한 생필품보다는, 세련된 재화이자 사치재에 해당한다. 폭력적인 범위가 아니라면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명품의 가격이나 판매전략은 정당한 것이다. 아직 소송의 진행이나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미국 법원은 이번 소송을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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