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선호도 향상 속 브랜드명 안 보이는 트랜드까지 유행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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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정채윤 기자]경기불황과 고물가로 패션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SPA(Specialty store retailer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계에선 SPA의 가성비와 함께 '로고리스(상표 없음)'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 매출이 2021 회계연도보다 대비 30.9% 증가한 9219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3 회계연도 매출 1조원 회복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SPA 브랜드인 신성통상 '탑텐', 이랜드월드 '스파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역시 지난해 호실적을 거뒀다. 업계 1위 탑텐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늘어난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스파오도 지난해 매출액이 4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다. 에잇세컨즈는 3000억 원 매출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후발주자인 무신사 스탠다드의 성장세 역시 가파르다. 매출액이 2019년 600억 원 수준에서 2020년 1000억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20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SPA 브랜드의 승승장구 비결로는 우선 가성비가 꼽힌다. 경기 불황과 양극화 심화 속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가성비 선호도가 증가했고, SPA 브랜드가 이 같은 트렌드에 부합했다는 설명이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사진=한국소비자원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21일부터 10월 10일까지 5개 SPA 브랜드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SPA 연평균 구입 횟수는 8.8회, 1회 평균 구입 금액은 8만 7842원으로 집계됐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사진=한국소비자원

SPA 브랜드 구입 이유를 묻는 소비자 설문에서도 좋은 가성비(54.4%)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령대가 낮은 10대의 경우 디자인, 사이즈 등 다른 이유로 구매한다는 답변이 64.6%로 가장 많았다.

패션업계에서는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등을 거치며 다양한 스타일이 동시에 부상해 SPA 브랜드로 소비자의 발걸음이 향했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구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숏폼 플랫폼) 틱톡이 실시간 트렌드의 발원지로 거듭나며 '틱톡 쿠튀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고프코어(일상복과 자연스럽게 매치하는 아웃도어 패션), 발레코어(발레복을 일상복처럼 입는 패션) 등 스타일이 틱톡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동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동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부터 미니멀리즘 유행과 함께 대를 이어 부를 물려받는 상류층과 같이 상표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른바 부티 나는 옷차림을 연출하는 '올드머니 룩' 유행이 SPA 브랜드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드머니 트렌드로 (로고가 잘 눈에 띄지 않는) '로고리스' 선호도가 증가했다"며 "국내 대표 로고플레이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는 F&F 등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우 리가드 선글라스 (사진=미우미우 공식 홈페이지)
미우 리가드 선글라스 (사진=미우미우 공식 홈페이지)

한편 올해는 안경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긱시크 룩'이 패션 주류로 떠올랐다. '괴짜'라는 뜻의 긱(Geek)과 '세련됨'을 뜻하는 시크(Chic)가 합쳐진 말로, 단정해 보이면서도 독특하고 시크한 스타일링을 의미한다. 미우미우 등 여러 패션 브랜드에서 긱시크 룩을 주제로 한 신상품을 대거 선보이는 가운데, 패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안경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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