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의료-정부 중재자 역할하겠다"
尹, 한 건의에 즉시 "면허정지 유연처리"
조국혁신당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박지영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예고에 앞서 전국 의대 교수들을 만나 의정갈등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 26일로 예고된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의사 면허 취소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라며 비판했다.

25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가운데, 전날 한동훈 위원장이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이하 전의교협)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면담이 전의교협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약 50분간 대화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면담에는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장), 조윤정 전의교협 비대위 홍보위원장(고려대 의대 교수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 위원장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에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제가 받았다"며 "의료계에서도 정부와 건설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는 말씀도 저에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양측 간의 협의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전의교협 측은 한 위원장과 면담 직후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다시 만나기로 했느냐'는 질문에 "지켜봐달라"며 "제가 하는 게 건설적 대화하는거 도와드리는,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을 제시하고 이런 거을 말씀드린거라 지켜봐주시면 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3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의교협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전국 의대 비대위)는 전국 40개 의대에서 이날부터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한 위원장과 의대 교수들과의 간담회 이후 "전공의에 대한 압박 중 일부를 중단한 것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부분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체에서 논의할 의제를 비롯해 협의체 구성·운영을 담은 구체적인 안을 신속히 마련해주기 바란다"면서 "의대 증원 조치를 잠시 중단하고 신중히 재검토해주길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25일 오후 5시 브리핑을 열고 한 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도 평택 소재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거행된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통령실

尹, 한동훈 건의에 즉시 "면허정지 유연처리"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원칙 대응', '26일부터 면허정지' 등 원칙에 따라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정부는 한 위원장의 요청에 입장을 변경했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며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무총리실은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진 직후 의료계와의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한 총리와 의료계 관계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한 고위급 관계자는 "당정과 의료계는 의료개혁에 대해 각자 입장 차가 있지만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도록 당정이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공의 미복귀 시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들어가나'라는 질문에 "가급적 정부에서는 그런 분들에게 행정적인 처분이나 사법적인 처분이 나가지 않는 것을 희망하지만 현재 법과 원칙이 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정부의 대응 방향 변화는 한 위원장이 의료계와의 면담을 갖고 의정 간의 중재자로 나서면서 행정처분 유연화를 요청하자, 윤 대통령이 이를 즉각 수용하고 정부에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파란불꽃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파란불꽃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조국혁신당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한 위원장과 의료계 만남 후 입장문을 통해 "어디서 많이 본 시나리오"라며 "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갈등이 벌어지면 대통령실은 버티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서 중재하는 일이 반복된다"며 "대통령실은 부인했다가 나중에 한 위원장 말을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한다. 국민에겐 걱정을, 한 위원장에게는 표를 안기는 행태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번에도 의정 갈등으로 국민 불안이 극에 달하자, 한 위원장이 나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윤 대통령이 대화 지시를 내린다"고 말했다. 

이어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국정이 여권 내부의 짜고 치는 도박이냐"라고 반문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국민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스토리가 빤한 통속극을 되풀이하기보다는 미리미리 국민의 걱정을 덜어달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오늘도 부산대학교 안과 교수의 사망 소식에 입장문을 내고 "안타까운 죽음은 누구 책임이냐"며 "폭압과 불통으로 의정 갈등을 일으키고, 해결은커녕 몰아붙이기만 한 윤석열 정권의 책임은 없냐"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밀어붙이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재하는 모양을 연출하는 '해결사 쇼'도 당장 멈추라"며 "두 사람이 쇼를 하는 동안 민생은 도탄에 빠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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