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중 7곳 물갈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이승주 기자]증권업계 내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실적 악화까지 겹치자 새로운 CEO 선임을 통한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6일 업계 따르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춰 주요 증권사들의 CEO가 교체됐거나 될 예정이다.

자산 기준 업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창업 멤버인 최현만 전 회장이 퇴진하고 그 자리를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 각자대표가 맡게 됐다. 김미섭 부회장과 허선호 부회장은 각각 1968년, 1969년생으로 50대의 나이에 CEO에 오르게 됐다.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도 CEO 교체를 선택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장원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10년 동안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를 지내며 증권업계 대표 '리스크 관리통'으로 불려 온 그는 PF 우려를 불식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은 지난 1월 나란히 신임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키움증권은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와 자기자본투자(PI) 영역에서 실적을 올린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김 신임대표는 PF·채권운용·투자은행(IB)·경영기획·리테일 등 금융투자업 전반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KB증권은 박정림 대표의 후임으로 이홍구 WM영업총괄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4년간 자산관리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이 대표는 김성현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윤병운 IB사업부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LG투자증권 시절부터 근무한 내부 출신의 윤 부사장은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IB사업부 대표 등을 거치며 풍부한 증권 경험을 쌓았다.

삼성증권은 지난 21일 주주총회를 열어 박종문 신임 대표이사 선임 건을 의결했다. 그는 삼성생명 내에서의 30년이 넘는 경력 속에서 자산운용부문장을 맡아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끌어온 바 있다.

10대 증권사 중 기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곳은 신한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3개 사에 불과하다.

증권사들의 잇따른 CEO 물갈이에 대해선 갈수록 투자업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젊고 경험 또한 풍부한 인재들을 발탁 변화를 모색하고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함이란 의견들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60대였던 증권사 CEO들이 이번 교체로 대거 50대로 연령이 크게 낮춰졌다"며 "젊다는 게 다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변수가 늘어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적극적이면서도 빠른 대응력 등은 이전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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