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 승진 후 첫 결단…이커머스 공습 '위기 경보'

사진=뉴스1

[월요신문=이종주 기자]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계열사 대상 희망퇴직을 추진한다. 최근 승진한 정용진 회장의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한 비상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노조 측은 "사원을 패잔병 취급하고 있다"며 성급한 구조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전날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공고를 게시했다. 대상은 근속 15년·과장급 이상 직원이다. 신청자에겐 퇴직금과 별개로 월급여 24개월 분량(기본급 40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3000만원의 전직지원금 등이 제공된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이해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희망퇴직 발표에 노조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마트의 대표교섭노조인 전국이마트노동조합(한국노총)은 26일 오후 1시 성명문을 통해 "사원을 패잔병 취급하고 있다"며 "사측의 냉철한 자기 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이마트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백화점의 존재감이 미약할 때 할인점의 성공으로 그룹을 키운 사원들에게 이제 나가주길 바란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다"면서도 "(회사의) 냉철한 자기반성과 분석이 우선돼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시장과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노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향해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벌거벗은 임금님에 간신이 난무하는 회사에 아무리 핵심성과지표(KPI)를 바꾼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올해 초에도 서울 중랑구 상봉점과 충남 천안시 펜타포트점 등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전사 차원에서 진행된 희망퇴직인 만큼 일부 점포에서 진행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통 업계 1위였던 이마트는 이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손실을 내면서 연결 기준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이마트 자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7.3% 감소한 상태다.

실적 부진뿐 아니라 쿠팡,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를 위시한 이커머스 공세도 매섭다. 쿠팡은 지난해 4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4억7300만달러(약 6174억원)를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액은 243억8300만달러(약 31조8298억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 20% 증가했는데, 이로써 쿠팡은 2010년 창립 이후 사상 첫 연간흑자와 사상 첫 30조원 매출액을 기록하게 됐다. 연간 매출액 30조원은 국내 유통업계 최초의 기록으로, 이마트를 넘어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결국 따냈다.

아울러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는 초저가 전략을 취하면서 제한된 국내 파이를 잡아먹고 있다. 알리는 지난달 월간이용자수(MAU) 621만명, 테무는 434만명을 기록해 쿠팡(3000만명)을 추격하고 있다. 최근 알리는 국내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 시장 공세에 추진력을 더하고 있다. 이 같은 이커머스 공습에 의해 이마트뿐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 전체의 위기가 시작됐다는 비관 섞인 업계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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