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플라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가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 세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보았다. 그는 이 세 부류의 사람들이 각기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때 이상국가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의 활동을 위한 탁월한 능력이 요구되는데, 통치자에게는 지혜의 덕이, 수호자에게는 용기의 덕이, 생산자에게는 절제의 덕이 있어야 한다. 통치자가 지혜롭게 국사를 담당하고, 수호자가 용감하게 나라를 지키며, 생산자가 절제함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곧 정의로운 국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통치자, 수호자, 생산자를 결정하여 교육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통치자들이 담당하므로 결국 통치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라톤은 통치자 중에서도 최고의 임무를 맡는 왕에게 가장 뛰어난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솔로몬왕은 지혜로운 왕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이스라엘은 솔로몬왕의 지혜로운 통치로 정치적인 안정과 경제적인 풍요를 누렸다. 솔로몬의 지혜로운 외교와 무역을 통해 이스라엘은 전쟁을 치르지 않고 국제적인 평화를 유지하며, 찬란한 문화와 예술의 꽃을 피웠다. 그러나 우리는 솔로몬의 지혜로운 통치가 이스라엘의 불행한 결말을 가져왔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국제적인 평화를 위해 솔로몬이 이웃 나라 왕실의 여인들과 많은 정략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들의 종교와 문화, 심지어 정치 권력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로 이해 부패하고 타락한 솔로몬 왕국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되었다가 앗시리아와 바벨로니아에 의해 차례로 멸망을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역사에 가장 이상적인 왕의 모델은 다윗왕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왕이 왕의 소임을 바르게 수행하지 못하여 새로운 가문에서 차기 왕위 계승자를 찾게 되었다. 하나님의 계시를 받은 사무엘 선지자가 베들레헴으로 가서 이새의 아들 중에서 차기 왕위 계승자를 선발하는 비공개 행사를 갖는다. 사무엘 선지자는 이새의 장남 엘리압을 보는 순간 그의 외모에서 왕으로서의 품위를 직감하며 감탄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판단은 그의 판단과 달랐다. "사람은 외모를 보지만,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heart)을 본다." 둘째 아들, 셋째 아들, 그리고 차례로 일곱째 아들까지 보았으나 그들 중에는 적임자가 없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벌판에서 양떼를 지키고 있는 막내 아들을 데리고 왔다.

바로 이 막내아들 다윗이 차기 왕위 계승자로 뽑힌 것이다. 베들레헴 벌판에서 양을 치다가 불려 온 목동 다윗은 혈색이 붉고, 눈빛이 총명하며, 얼굴이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목동 소년 다윗이 왜 차기 왕위 계승자로 선발되었을까? 그의 영혼 깊은 곳에 지도자에게 요청되는 어떤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었을까? 소년 다윗에게는 용감한 군인정신이 있었다. 사자나 곰으로부터 양들을 지키기 위해 그는 물맷돌 던지기의 명수가 되었다. 또한 그에게는 양들을 지키고 인도하기 위해서 하프를 아름답게 연주하는 예술가 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양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만큼 양들을 사랑하는 목자의 마음이 있었다. 사자나 곰이 양을 물어가면, 그는 끝까지 그 맹수를 쫓아가서 양의 생명을 구했다.

우리는 세종대왕에게서도 지도자의 이런 고귀한 마음을 본다. 백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국방을 튼튼하게 하고, 국가의 산업을 위해서 각종 과학기구를 발명하여 사용하게 한다. 우리 민족에게 적합한 문자가 없어 백성들의 언어생활에 고통이 극심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은 집현전을 설치하고 학자들과 함께 우리 한국어 표기에 가장 적합한 한글을 창제하지 않았는가? 누가 우리의 차기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인가? 우리가 어떻게 지도자의 마음 깊은 곳을 볼 수 있을 것인가?

/ 유원열 목사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