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주발행 가처분 기각, 주가 급락 초래
한진칼, 현대엘리베이터 경우 신주 발행 후 급등

(사진=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
(사진=한미사이언스 홈페이지)

[월요신문=이승주 기자] 오너가 경영권 분쟁 이슈가 발생한 한미약품그룹 주가(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가 최근 급등락을 반복했다. 분쟁의 핵심은 제3자(OCI그룹)에 대한 신주발행이었는데, 주가 역시 신주발행 실시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주 발행에 따른 주식수 총량 증가가 주당 가치 하락의 원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약품그룹 이전 선례에선 신주발행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은 사례도 다수 존재해 왔다.

지난 28일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자제이자 형제간인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측이 추대한 이사진 후보가 최종 선출됐다.

형제들이 주총에서 승리를 거두며 형제의 어머니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남매지간인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측 추천 후보는 고배를 마시게 됐으며, 한미약품그룹이 추진해 온 OCI그룹과 통합 및 이를 위한 신주 발행 역시 사실상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어머니 측이 추진했던 OCI그룹과 통합에 반대하며, 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가처분 신청을 넣기도 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법원의 가처분 기각 판결이 나온 당일인 26일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4만400원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대비 7.87% 급락했다. 시장에선 주가 하락 이유로 신주발행에 따른 주식 총량 증가 및 그로 인한 주당 가치 하락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주총에서 승리하자 전일 대비 15% 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투자업계 내에선 신주발행이 반드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2020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에 따른 지분 구조 변화를 이유로 50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그리고 당시 대한항공 경영진과 대립 중이던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에서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며 법원에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을 낸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한진칼 관련주는 KCGI 예측과 달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크게 상승했다. 이에 대해선 신주발행에 따른 거대 항공사간 통합 촉진 및 양사간 시너지 발생 기대감 확대 등이 주가에 긍정 영향을 줬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2010년 발생한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때도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 쉰들러 홀딩 아게가 법원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일반 공모 증자가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며 현저히 불공정한 발행이 아니다"라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쉰들러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고했으나 그해 6월 취하했고, 취하 당일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전일 대비 6.53% 급등했다.

한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경영권 분쟁 승리 직후 한미약품그룹을 시가총액 200조원대 회사로 키우겠다는 청사진과 함께 기각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이어갈 뜻을 밝혔기에 향후 이 회사 주가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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