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영 기자] 분업화가 자리 잡은 현대 프로야구에서는 투수를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불펜)로 구분 짓는다. 정해진 날짜에 첫 번째 투수로 나서 경기 대부분을 책임지는 게 선발투수라면, 구원투수의 경우 선발이 내려진 경기라면 언제든 등판을 준비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구원투수는 승리조와 패전처리조로도 나눌 수 있다.
이 중 승리조는 말 그대로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로 주로 팀의 주축 투수들이 맡게 된다.

이와 달리 패전처리조는 승기가 이미 넘어간 경기에서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투입되기에, 승리조 투수들에 비해 공의 위력 등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경기경험이 풍부한 노장 투수들이 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야구를 정치와 비교해 보면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은 당 대표 내지 대선주자의 경우 정당의 선발투수라 볼 수 있고, 큰 선거를 앞두고 비대위원장 등을 맡아 선거전 승리를 이끈 정치인들의 경우 승리조 투수라 부를 만 하다.

반면 큰 선거도 없는 시기 당이 위기상황에 봉착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등장한 경우라면 영락없는 패전처리에 해당한다. 그리고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직에 오른 문희상 위원장의 처지가 이와 흡사하다.

야당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국회 파행이 거듭되며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창당 이래 최저치를 연일 갱신 중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에게도 국회 파행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으나 야당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더욱 차가운 모습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위기 극복 후 별다른 과실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 계파갈등에 따른 당 내분을 일소하고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 차원의 혁신책까지 내놔야 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둘 중 무엇 하나 쉬운 과제는 없어 보인다는 점으로, 패전처리를 하러 왔다 상대팀 타율만 올려주고 팀 사기를 더욱 떨어트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런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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