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직전 30여 명의 VIP고객들과 직원 친인척들에게 영업정지 사실을 통보하고, 예금 인출 특혜를 도와준 사실이 드러났다. 모르고 당한 일반 고객들은 사전 특혜 인출 예금 전액의 환수를 요구하는 한편, 이러한 행위를 감시·감독해야할 금감원이 어떻게 이러한 사실을 모를 수 있었냐면서 이에 대한 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일각에서는 부산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VIP 고객들에 영업정지 사실을 알려줬다는 설도 나돌고 있어, 이번 논란이 또 다른 방향으로도 흐를 것으로 보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몇 달째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숨겨 있던 문제들만 계속 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VIP 고객과 친·인척 등에게 알려 사전 인출을 할 수 있게 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 높다.

 
부산저축은행 고객들은 일반 서민들이 눈앞의 악몽을 알지 못 한 채 어떻게 손도 써보지 못하고 당한 것도 억울한데, 부산저축은행 측이 자신들의 친인척과 VIP만 챙기면서 뒷통수를 쳤다는 것에 울분을 토하며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왜 우리만 잃어야 하나"

 

부산저축은행에 예금을 가지고 있던 고객들은 그 금액이 얼마가 되었던, 영업정지 상태에서 5천만원까지 밖에 보장받지 못한다.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에 의하면, 현재 부산에서만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1만2천명이며, 피해금액을 합산하면 2천 5백억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부산저축은행 초량도 본점과 화명동 지점 두 곳에서 영업정지 전날 30여명의 VIP고객을 따로 불러 오후 8시30분께 닫았던 금융전산망을 열어 가족 명의의 예금통장 등 100여명의 계좌에서 140여억원을 인출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부산저축은행 비대위는 영업정지 한달 전부터 돈을 빼간 사람들의 명단을 요구하고, 대주주들, 은행직원들, 금융위와 김석동 위원장 등 예금 인출과 관련된 책임자들을 법적으로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1일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민주당 신건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초량도 본점에서 영업정지를 당하기 전 하루 평균 160억원의 예금이 인출됐는데 이는 2009년(18억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친인척 예금까지 알아서 빼줬다는 점이며, 일부 직원은 VIP 고객에게서 대가성 돈을 받고 영업 정지 전 사전인출을 도운 사실 등도 알려져 직원 '모럴 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실감케했다.

 
한편 부산2저축은행에서도 VIP나 친인척들에 대한 특혜성 인출 때문에 먼저 은행 앞에서 줄을 섰던 서민들의 영업정지 전 예금인출이 좌절당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부산2저축은행이 특정인의 예금인출부터 몰래 새치기 처리하는 바람에 번호표를 믿고 돌아갔던 서민들이 인출시기를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이들 고객에 따르면 부산2저축은행은 조만간 영업정지가 떨어질 것을 알고도 대다수 예금자들에겐 번호표를 나눠주거나 영업정지가 없을 것처럼 말하다, 조직적인 탈법·편법을 동원해 번호표 100여 장을 별도로 확보해 놓은 뒤, 자신들의 친인척이나 VIP들에게 예금이 우선 지급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준 것으로 전해졌다.

 
고객들과 야당 등은 "이번 사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명백한 범죄행위이자 심각한 금융질서 문란행위"라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영업정지 직전에 1억원 이상 예금인출도 22건이 넘고, 부산저축은행 초량도 본점에서 2009년과 비교해 10배 이상 많은 금액이 인출되었음에도 당시 파견돼 있던 금감원 직원들이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 의문과 함께 책임 추궁을 던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감원, 알고도 조치 안했나

 

민주당 신건 의원은 지난 4월 21일 "영업정지 직전에 1억원 이상 예금인출도 22건이 넘었는데 영업정지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이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부산 시당은 민주당 시당은 "더욱 충격적인 것은 무더기로 예금이 빠져나갈 당시, 금융기관의 편법·불법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금감원 직원들이 저축은행에 파견돼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3년 임기제' 금융위원장을 1년마다 교체하는 일관성 부재와 책임 없는 인사 실패로 이번 사태는 충분히 예견되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측도 영업 정지 전 날 예금공사, 금감원 직원들이 있었지만, 은행 셔터를 내리고 일반인들은 은행에 못 들어가게 했음에도 VIP 고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들어가게 했다면서 이렇게 눈에 띄는 사항을 금융위나 예금보험공사 사람들이 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금감원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당시 부당 인출 여부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감독할 수 없었다"며 "영업시간 마감 이후에도 예금인출이 가능하며 부당 인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산저축은행이 스스로 영업정지를 신청했기 때문에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부당 예금 인출을 막을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이전이라도 예금 인출과 대출을 막을 수 있지만 유동성 부족에 따른 자발적인 영업정지의 경우 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게 감독 당국의 입장이다. 게다가 예금을 인출하는 고객의 정보를 확인하는 행위가 금융실명제 위반에 해당한다고 금감원은 주장했다.


하지만 감독관들은 뒤늦게 사전 인출 사실들을 감지하고 부산저축은행 각 지점에 '영업 외 시간에 고객의 예금인출 요청 없이 직원에 의한 무단인출을 금지하도록 하라'는 공문을 발송했으며, 그럼에도 부당 예금인출이 이후 1시간여 동안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져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제2금융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지도·감독 권한을 예전처럼 한국은행에 위임해 금융권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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