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싣고, 대권가도 새판짜기 시동

이명박 정부 집권 후반기를 여는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승리는 여러 가지 의미를 던진다. 이는 향후 정국 운용의 틀이 종전 거대 여당에서 적어도 팽팽한 여야의 대결 구도로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을 낳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손 대표의 향후 행보는 결국 정국 향배를 가르는 주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을 통해 굳어진 세력 판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측된다는 것. 더욱 이러한 변화 기류는 그가 당권을 접수하던 지난 10월과도 크게 구분된다.

마땅한 붙박이 지지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달랑(?)’ 당권만 쥔 형국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당권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주당이 어엿한 ‘손학규의 민주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두고볼 일이라는 시각이다.

민주당의 세력 분포가 구여권을 형성했던 전통적 호남세력에 정동영, 정세균 등 신흥 강호들의 지분, 여기에 지난 정부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인 이른바 ‘친노’까지 넓게 분포돼 있기 때문이다. 대권을 노리는 손 대표에게 민주당의 이러한 세력 지형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파죽지세’로 당권 장악에 나선 손 대표와 민주당의 앞날을 예측해 본다. 


지난 재보선의 여파는 한나라당엔 위기를, 민주당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당 쇄신과 지도부 교체를 두고 내홍을 겪는 가운데, 민주당의 지지율엔 탄력이 붙은 듯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탄력 받아, 통합론 여세 몰이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그간 ‘마의 벽’으로 불리던 3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재보선이 열리던 지난달 27일을 전후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민주당 지지율이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은 지지율 30.4%를 나타냈으며 이는 이전 주에 비해 약 2.6%p 상승한 기록이다.

또 그간 극심한 격차를 보이며 좀처럼 좁혀질 것 같지 않던 한나라당과의 격차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는데 한나라당은 이 조사에서 35.0%의 지지율을 보였다. 양당의 격차는 4.6%p였다.

특히 민주당의 이러한 지지율은 지난해 8월 김태호 총리 지명자를 인사청문회에서 낙마시킨 후 보인 지지율 추이와 엇비슷한 것으로 민주당의 주가가 정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반증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의 이러한 상한가는 당 지지율에만 그치지 않는 것으로도 분석됐다. 같은 기관이 발표한 이른바 ‘대권 순위’에서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구에서의 선전에 힘입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손 대표는 이전 주에 비해 무려 5.8%p가 오른 14.3%를 기록했으며 반대로 부동의 2위를 달려온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3.3%p 하락한 9.8%로 자리를 바꿨다. 야권 소속으로 잠룡 반열에 올라있는 한명숙 전 총리나,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은 종전의 한자리수 지지율을 그대로 지켰다.

손 대표의 입장에서 이러한 지지율 추이는 지난 선거의 승리와 더불어,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이 절로 나오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미 지난해에도 약 2주에 걸쳐, 유시민 대표를 누르고 야권 잠룡군에서 수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이 지지율은 손 대표가 당권자로 선출되던 시기였던 점을 감안, 예상 가능한 수치였던데 비해, 이번 상황은 당시와는 크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더욱, 지난 10월 손 대표의 지지율 추이가 비교적 단기적이었다는 특징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가 얼마나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세력군에 포위 ‘날개 펴기’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지지율 추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하며 “손 대표의 상승세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배경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손 대표와 더불어 야권에서 자웅을 겨뤄온,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부진이 꼽힌다. 지난 선거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적지에서 승리를 일군 손 대표와 달리, 유 대표는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텃밭에서 패배하는 상반된 결과를 가져왔다.

당장의 야권 경쟁에서 손 대표가 기선을 잡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욱, 지난 결과는 손 대표에게 단순한 지지율 추이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만 된 것은 아니다. 손 대표는 이명박 정부들어 조사된 대권 경쟁에서 늘상 이름을 올려온 잠룡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오랜 칩거와 탈당의 멍애로 인해, 세력권에서조차 이렇다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잠룡이라고는 하지만, 유력 주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그에 대한 시각이 크게 뒤바뀌게 됐다는 것은 그가 얻는 수혜 중 최대 소득에 속한다는 평가다.

그도 그럴 것이 분당(을)구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일부에서는 손 대표를 ‘박근혜 대항마’라고 부를 만큼, 높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양대 인물의 지지율 차이로 따져, 이는 어디까지나 과대 평가라는 말이 있을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 손 대표의 약진은 박근혜 대항마에 목매온 야권으로선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는 기회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 결과에 이은 여러 조사에서 그의 행보는 말 그대로 ‘파죽지세’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렇다고, 손 대표의 입지가 확고 부동해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대권 경쟁이 조기과열 되면서, 반대로 한나라당의 공세에 시달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민주당에서도 취약한 그의 세력 기반에 우려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의 당권자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당력을 쥐락펴락하는 실권자냐는 거세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손학규 대망론’ 새판짜기

따라서 최근 제기된 민주당의 사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당권 장악력에 따라, 당내 세력구도도 크게 요동 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는 현행 민주당의 세력 분포를 감안할 때, 설득력이 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민주당은 크게 약 4개에 이르는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야당과 여당을 번갈아 나눠했던 구 민주당계를 비롯해, 지난 정부 당시 여당을 지낸 열린우리당계, 또 지난 18대 대선을 통해 형성된 주류진영, 여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친노’가 각각 그들이다.

실제로 이들은 장기간 민주당에 머물며 크고 작은 요직을 두루 장악해온 세력으로 비교적 신흥 세력이라 할 수 있는 손학규 대표로선 상대하기 간단치 않은 세력군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중 소위 ‘DJ계’로 통하는 구민주당계의 경우, 현 민주당의 사실상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세력권에 들어왔던 만큼, 수도권 세력으로 통하는 손 대표가 판도 변화를 꾀할 경우, 만만치 않은 갈등에 직면할 소지가 있다. 이들 중엔 박주선 최고위원이 속하는데 박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직전 야권 통합론이 받아들여져 현재 민주당에 합류해 있다. 원로급인 상임고문단에 권노갑, 김상현, 한광옥 전 의원과 민주당 대표를 지낸 바 있는 박상천 의원이 각각 속한다.

‘호시탐탐(?)’ 대권 야망을 키우고 있는 정세균 최고위원의 열린우리당계와 지난 시절 대주주인 정동영계의 움직임도, 위협적이다. 특히 이들 양대 인물의 경우, 지역구가 전북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 전통 호남세를 등에 업는 한편 직전 당권자, 혹은 여전히 막대한 당내 지분을 통해, 대권 행보에 나설 채비를 갖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 비해, 핵심 주류 세력권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지만, DJ계와 더불어 당내 패러다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친노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더욱 이들은 대부분 현행 당 운영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각각 대권 후보군과 광역단체장으로 지도자 수업에 들어간 인물도 많아, ‘손학규 대망론’을 이루는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여기엔 상임고문단의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충남의 안희정 도지사와 강원도지사에서 낙마한 이광재 전 지사가 각각 버티고 있다.

칼 가는 잠룡 반격에 촉각

이밖에도 개혁그룹의 리더격인 천정배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손 대표를 일러 ‘한나라당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감정의 골을 갖고 있다.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지형도 ‘손학규의 민주당’엔 더 없는 어려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과 같은 패러다임으로 창당된 친노정당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는 주도권과 상관없이 언제나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만약 대권경쟁이 본격화 할 경우, 양측은 ‘노무현 전통’을 두고 공방전도 불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진보색채에서 경쟁을 벌여온, 민주노동당과 진보 신당 등과의 관계 정립도 숙제다. 특히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는 지난 재보선 당시 순천지역을 내부면서, 야권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최근 한-EU FTA 국회 비준과정에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손 대표 등 민주당 주류 진영도 최근 복안을 드러내 관심을 모은다. 이들은 지난 야권 연대를 넘어 대선 직전 보였던 ‘대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손 대표의 탄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 전체의 반응도 의문이다. 더욱 종전에도 연대를 넘은 통합론이 대두됐다, 각 정파간 이해가 엇갈려 폐기 수순을 걸었던 것에 비춰 여전히 논의의 수위는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 주변의 시각이다.

여세를 몰아, 당과 야권의 전체 판을 바꾸려는 손 대표의 구상이 면모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가 당권 장악과 대권 교두보를 위해 대세구축과 외연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