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에서 나오는 마요네즈·당면·참기름 등 가공식품 가격이 비싼 이유가 밝혀졌다. 본사 측에서 각 유통대리점들에 각 제품들의 최저 판매가격을 정해주고, 그 이상의 할인판매를 못 하게 막았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행위를 적발하고 오뚜기(주)에 대해 과징금 6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오뚜기는 가공식품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고객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기업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출고가격은 동결하면서 대리점 납품가 할인율을 낮추는 식으로 스리슬쩍 제품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이번에 대리점들의 재판매가격 통제 행위까지 밝혀지면서, 고객들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0여년 동안 쌓아 온 친근한 기업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오뚜기(주)는 지난 2007년 1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전국 대리점에 마요네즈, 당면, 참기름, 국수, 콩기름, 참치캔, 라면 등 가공식품 7개 품목의 판매 최저가격을 설정해 통보하고, 이보다 싸게 팔지 못하게 강제했다. 브랜드명은 '오뚜기 마요네즈', '옛날 당면', '고소한 참기름', '옛날 국수' 등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를 적발하고 오뚜기(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590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재판매가격유지 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에 있어 사상 최대의 금액이다. 하지만 대리점들과 소매점,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와 배신감에 비하면 그리 큰 금액도 아닌 듯하다.

 

가격할인 금지는
곧 소비자 피해로

 

오뚜기는 지점을 통해 49% 가량을 직거래하고 있고, 오뚜기 제품을 전속 거래하는 대리점은 약 29%, 여러 회사 제품을 같이 취급하는 특약점은 약 22% 정도의 물량을 유통시키고 있다.


대리점은 오뚜기의 직영점이 아닌 독립된 사업자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가격을 책정해 소매점에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뚜기는 대리점이 소매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최저가격을 지정하고 이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제하여, 대리점 간 자유로운 가격할인 경쟁을 제한하였다. 이는 곧 대리점뿐 아니라 소매점 사업자들과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피해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같은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가 '수직적 가격제한' 행위의 전형적인 수단으로서, 소매점은 경쟁가격이 아닌 제조업체가 지정한 높은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리점의 가격할인 정책을 막아서 소비자의 피해를 가져온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오뚜기가 대리점들에 가격 할인판매를 통제했던 것은, 대리점간 가격할인 경쟁을 했을 때 따를 수 있는 출고가 하락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간의 가격 할인 경쟁이 제품 출고가격의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를 막으려고 재판매가격을 통제한 것이다.

 
유통업체(대리점)간의 치열한 가격경쟁은, 유통업체들로 하여금 제조업체에게 공급단가(출고가격)를 낮추어 줄 것을 요구(이를 '마진압박'이라 함)하게 만들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재판매가격을 통제하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결국 오뚜기(주)는 자신들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아 왔던 것이다.

 

 

"못 팔게 한다" 협박까지

 

오뚜기는 대리점의 판매가격 준수를 강제하기 위하여, 회사 차원에서의 '대리점 난매방지 규정'을 제정, 가격할인 판매를 하면 대리점간 상호정산, 할인혜택 배제, 계약해지 등의 조치까지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사 영업직원을 동원하여 판매가격 준수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하고, 적발이 되면 재발방지 약속 등을 받아내는 방법으로 즉시 시정조치 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PRM시스템이라는 대리점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 대리점이 인근 다른 대리점의 가격할인 행위를 발견하면 즉시 신고하게 하기도 했다고.

 
오뚜기 임직원의 진술 중에는 경고 조치 후 해당 대리점이 또다시 출고가 이하로 판매할 경우에는 해당 대리점 담당 영업사원에게 감봉 등 인사적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도 있었다.

 
영업지점장 또는 영업사원이 대리점의 난매행위에 대해 설득이 잘 안될 경우에는 '점이동'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A라는 대리점이 난매를 하여 인근의 B대리점이 손해를 보면, A대리점이 난매로 판매한 물량을 B대리점이 A대리점에게 물량을 이관하고 A대리점으로 실출고가로 정산하게 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난매행위가 재발되는 대리점에게는 전 품목에 대해 할인율 적용을 1개월간 하지 않고, 이후에도 재발 될 경우에는 대리점을 계약해지했다. 또한 난매 시 내부적으로 난매한 대리점을 담당하는 지점장에 대한 징계도 병행해 1회 난매 적발 시는 견책, 2회 난매 적발 시는 시말서 징구, 3회 시는 직책수당 1개월 감봉 처분을 했다고 한다.

 
대리점마다 영업구역도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매가격유지를 위해 본사가 개설해준 지역 이외에는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거래지역 제한 행위를 했던 것이다.

 
오뚜기가 제품가격과 관련해 빈축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오뚜기는 가격인상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해 출고가격은 동결하면서 대리점이나 소매점에 대량으로 납품할 때 적용해주는 할인율을 낮춰 제품가격을 인상한 사실이 밝혀졌던 바 있다. 그런식으로 150여개 전 제품의 출고가 할인율을 낮춰, 그만큼 소매점의 제품 구입단가와 소비자 판매가격도 올라가게 했던 것이다.

 
그랬던 곳이 이번에는 대리점 가격할인 통제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가져왔다. 공정위 측은 이번 시정요구 및 과징금 조치로 유통단계의 가격경쟁이 활성화돼 가공식품 가격 거품이 해소되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오랜 충성고객으로서 오뚜기를 신뢰하고 제품을 꾸준히 구매해 왔던 많은 소비자들은 이번 일이 알려지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공식품 시장은 상위 2~3개 업체가 지배하는 과점시장이며, 높은 브랜드 충성도로 인해 브랜드 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아 시장점유율 변동이 거의 없다. 이 중에서 오뚜기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1위 업체. 그러한 기업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가격할인을 막는 횡포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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