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등 전기차 주요 부품 조달 능력 갖춰…수년내 가시화 될 듯

김필수 교수(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

세계적인 자동차 제작사에게 전기자동차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전기차의 가능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늦은감이 있을 정도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 삼총사인 하이브리드자동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이 나란히 역할분담을 통해 진화하고 있지만, 당분간 전기차의 위세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차가 기존 고체연료 차량을 대체한다기 보다는 1가구 2차량 시대의 두번째 차량, 틈새 시장 공략, 오염원이 심한 도심지 차량 등으로 역할을 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하이브리드 차량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형태로 점유율 늘리고 있어 향후 친환경차량의 큰 물결을 이룰 것으로 보이고, 완전 무공해 차량이라는 강점을 무기로 한 전기차의 위세도 더 커질 것이다. 다만, 수소연료전지차는 그 의미는 바가 크지만, 수소인프라와 이동, 저장 등 문제가 많아 활성화에는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전기차가 가격, 충전 인프라와 주행 거리 등 종전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해결,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 된 것은 아니지만, 해결방향에 대한 대안이 점차 나오면서 전기차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의 확산에는 제작사의 입장과 배터리 등 부품업체의 입장이 상당부분 겹치면서 다양한 미래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기차의 부품수는 일반 내연기관차의 30~40% 정도에 불과하다. 자동차에서 가장 복잡한 엔진과 변속기가 빠지면서 협력업체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기존의 수직구조에서 수평 구조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배터리 제작사가 가장 큰 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전기차를 조립하는 제작사는 단순 역할로 전락했다. 향후 갑과 을의 구조도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기차의 제작 방법도 달리질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모듈이 중요해 그 역할을 나눈 업체 몇몇이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향후 전기차의 형태가 다양하고 개념이 다른 형태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배터리 성능 개선이 전기차 미래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향후 2~3년 이내에 리튬계열 배터리의 성능이 기존 부피대비 가격을 고려할 경우 현재 주행거리 140~150㎞ 수준에서 250㎞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 확실하다. 전기차의 핵심적인 단점이 사라지면서 급격한 점유율 확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여기에 리튬계열 배터리가 아닌 차세대 배터리의 개발도 이미 시작됐다. 독일 BNMW가 최근 배터리 회사를 직접 소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유도 전기차에서는 배터리가 지배권 구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조건이기 때문이다. 미국 테슬라의 미래형 전기차 출시는 관련 시장에 폭풍우를 몰고 올 것이다.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닛산도 향후 2년 이내에 주행거리 250㎞가 가능한 리프의 신형 모델을 낼 계획이다.

모두 강력하고 우수한 배터리를 탑재한데 따른 것이다. 그 동안 전기차의 가능성에 주춤했던 현대차도 내년 중반 양산형 전기차 출시와 함께 배터리 회사의 인수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전기차를 생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 기업은 이미 전기차와 관련한 모든 것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의 개념이 스마트카, 무인 자율주행차 등으로 진행되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밀접한 전기차의 접목은 이들 기업에 어려운 일이 아니다.

LG의 경우 최근 차량사업부를 독립, 미래의 먹을 거리 확보 측면에서 차세대 수익모델로 육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 두 기업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터나 BMS(배터리 관리시스템) 등 컨트롤러 시스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들 업체의 스마트폰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융합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전기차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관련 중소기업의 특화된 기술이 가미될 경우 시너지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들 두 회사가 단순히 전기차 부품이나 모듈 공급만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완성 전기차 공급을 통해 지배권을 자동차 분야로 키울 것인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고, 시장성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전기차는 분명히 미래의 전략 산업 중의 하나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삼성전자나 LG전자 등도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누가 반걸음 앞서서 미래 먹을 거리 확보에 성공할지 이목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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