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정수남 기자] 파부침주(破釜沈舟).

중국 진나라의 무리한 통일정책에 반기를 든 주변국들이 반발, 진나라는 장군 장한을 내세워 이를 잠재운다. 당시 조왕은 항우에게 구원을 요청, 항우는 장한과 쥐뤼에서 결전을 앞두고 타고온 배를 불태우고 밥을 해먹는 솥을 깨트린 후 3일치 식량만 병사들에게 나눠준다. 항우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 전투에 임했고, 결국 장한의 수십만 대군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파부침주는 결사 항전 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집권 중반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꼭 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2013년 취임, 그동안 보여준 박 대통령의 정국 운영은 선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법만 달라졌을 뿐.

선친이 정치적으로 열세에 몰렸을 때, 멸공(滅共)을 내세워 간첩극을 펼쳤다면 박 대통령은 포퓰리즘에 기대고 있다는 점이 다르면 다르다.

실제 2003년 12월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1968년 1월 북한의 특수부대인 124군부대원 31명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 세검정고개까지 침투,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박정희 대통령은 같은 해 4월 김일성을 암살하기 위해 684부대(31명)를 창설한다. 결국 정국이 바뀌면서 684부대는 해체되고, 이에 반발한 684부대원들은 청와대로 향하던 중 자폭하고 만다. 당시 정권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무장 공비 사건이라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  운영 모습도 선친과 비슷하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반 대기업 총수가 연루된 경제 사범의 경우, 관용 없이 엄벌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최태원 SK 전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해 효성 회장 등은 아직도 영어의 몸이다. 예전 같으면 보석이나 특사로 6개월이나 1년 정도면 풀려나 경영활동을 했을텐데 말이다.

지난해 4월 중순에는 안산단원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단을 태운 세월호가 남해에서 침몰, 대한민국 사회를 큰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월호와 연루된 각종 비리가 들어나면서, 세월호 사태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현 정권의 지지도도 역시 수몰됐다.

당시 박 대통령이 꺼낸 카드가 ‘초이노믹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을 통해 나온 경제 활성화 대책은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등을 완화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국내 부동산 경기와 내수 시장 상황을 감안할 경우 초이노믹스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전세 가격 지속 상승으로 부동산 매매가 살아나고 있다지만 예전만 못하고, 이로 인한 은행 대출은 부동산  투자보다는 생활 자금이라는 게 은행권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는 경제 지표는 의미 있는 ‘경제 성장’에 ‘물가 안정’이지만, 체감 경기는 1990년대 중후반 회완위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시장 판단이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국의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내수 경기가 바닥을 치고있기 때문이다. 체감 경기는 여전히 정부 발표의 지표와는 거꾸로 가고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이 일찌감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진입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대통령은 최근 이완구 총리 카드를 냈다. 이 총리를 앞세워 정계의 부정부패 척결에 나선 것이다. 이 사안은 현재 진행형으로, 포스코를 필두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올해 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 대기업 중심의 대한민국 경제의 곤두박질이 불보듯 훤하다.

1980년 정권을 강탈한 군사 정권이 우민화 정책으로 내세운 3S(스크린, 스포츠, 섹스) 정책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데 일조했다. 최첨단 시대를 살고있는 2010년대의 대한민국 국민의 이목을 가리기에 박근혜 정권의 정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장수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파부침주의 심정으로 실정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의 정공법이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만일 패하더라도 후세들은 용감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배만 침몰시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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