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마치 우롱하듯 기업들이 서로 담합해 왔던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적발이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국 초중고교 등 공공기관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을 부가 받은바 있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적발된 후에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실제로는 하나마나한 솜방망이 식 벌금형으로 기업들의 연이은 담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에 있다.

전자 제품으로 평성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그동안 가격을 두고 담합해 온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서울스퀘어빌딩에 위치한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에 조사관을 파견해 평판TV와 노트북PC 제품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에도 조사관을 파견해 관련 조사활동을 진행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 이와 관련해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8월 24일 전원회의에 회부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재조사 결정이 내려진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정위 조사와 관련해 담합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공정위는 재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다시 전원회의에 이 문제를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2008년 7월 인텔의 최신 중앙처리장치(CPU) 센트리노2 칩을 장착한 노트북을 출시하면서 모델 별 가격을 이전보다 10% 넘게 오른 150만~200만원대로 책정했다.

한 회사가 먼저 가격을 올리면 이를 뒤따르는 방식도 취했다. 이런 식으로 가격을 다합해 오다 적발 되면 과징금 정도 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삼성이 2008년 7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액정표시장치(LCD) TV 드럼세탁기 등에 대한 판매장려금을 3만~16만원씩 줄이자, LG도 비슷한 가격정책을 펼쳤고 양사는 또 이윤이 적은 세탁기 모델을 단종시키고 세탁기 구입 고객에게 끼워주던 5만~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도 일부 모델에 대해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형마트, 양판점, 백화점 등 주요 판매점들은 양사 지원이 줄어든 만큼 판매가격을 올렸고,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것이다.

이 같은 담합은 오래가지 못하고 LG전자의 자진신고로 막을 내렸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제품 값이 오르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공정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LG가 2010년 자진신고를 한 셈.

삼성도 이를 눈치채고 서둘렀지만 LG보다 한발 늦어 더 많은 과징금을 떠 안게 됐다. 공정위는 삼성에 258억1,400만원, LG에 188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1순위 자진신고자는 과징금 100%, 2순위는 50%를 각각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에 따라 LG는 과징금 전액을, 삼성은 절반인 129억700만원을 면제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국 초중고교 등 공공기관에 에어컨과 TV를 납품하면서 가격 담합을 한 사실이 드러나 거액의 과징금을 부가 받은바 있다.

당시 LG전자는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인정해 35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으며, 삼성전자도 리니언스를 통해 과징금 절반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그 때 역시도 과징금에 대한 부담 보다는 이번 공정위 조사는 같은 사안에 대한 두 번째 조사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분노했다. 경기도 일산의 주부 김모(47)씨는 “대기업의 횡포가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라며 “예전에 상품권을 주거나 카드 할인율이 10% 되는 것 이용해서 산 적이 있다. 소비자만 손해봤다는 사실에 기막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이모(37)씨는 “ 고가의 텔레비전이나 세탁기를 할인행사를 하지 않는 건 너무 화가 난다. 매일 치러지는 과징금 보다는 담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더욱더 큰 손해가 가야 소비자를 우습게 보지 않겠느냐”라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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