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은 '척추' 콜럼버스는 '무릎'?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허리부위 통증, 즉 요통은 통계학적으로 살면서 80%의 인류가 경험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척추, 관절 질환은 의학의 발달 이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으며,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역사 속 위인들조차도 피해갈 수 없었다.

강직성 척추염 '세종대왕'

5월 15일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탄신일이다. 스승의 날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초창기 스승의 날은 26일이었다. 그 뒤 우리 겨레의 큰 스승인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리며, 그의 슬기와 뜻을 계승하자는 의미로 15일로 변경됐다. 그만큼 세종은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훌륭한 치적을 쌓아 수준 높은 민족 문화의 창달을 이끌었다.

그런 그에게도 아픔이 존재했으니, 바로 '강직성 척추염'이다.

지금껏 세종의 실명 원인으로 지목된 질환은 과로로 인한 소갈증, 즉 당뇨병이었다. 당뇨병이 심해지면 합병증으로 망막병증이 생기고 결국 실명에 이르기 때문에 이 같은 유추가 가능하다. 하지만 '세종실록'에 나타난 기록을 보면 세종의 눈을 멀게 한 정확한 병명은 강직성 척추염이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강직성 척추염이란, 척추 관절의 인대와 힘줄이 유연성을 잃고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다.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진 않았으나 'HLA-B27'이라는 유전자와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나 세균 감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눈에 공막염, 포도막염, 홍채염을 유발하며 이외에 근막통증증후군, 천장관절염(고관절염과 유사)도 생긴다. 강직성 척추염의 말기에는 드물지만 마미증후군(요통과 감각이상, 운동마비, 대소변 구별 못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의 저림, 무력증, 발기불능, 요실금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홍석 부산부민병원 척추센터 센터장은 "강직성 척추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많은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 당시 의술로는 병의 치료가 불가능했으나 현재는 체내 염증반응을 차단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해 병 자체의 진행을 막진 못하지만 약물치료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면 통증은 물론 척추의 뻣뻣함을 감소시켜 운동과 신체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릎 관절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탐험가 크로스토퍼 콜럼버스는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하는 최단 경로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발견 아래 비로소 유럽인들은 활동 무대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길 수 있었으며, 현재 아메리카 대륙이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런 그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었는데, 세상을 돌아다니는 탐험가란 직업에 꼭 들어맞는 것이었다. 바로 '무릎 관절염'이다.

관절염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이 퇴행성관절염이다. 무릎의 과도한 사용 혹은 잘못된 자세 등으로 인해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하면 관절 내 연골이 닳고 관절 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보행 장애까지 초래한다.

콜럼버스는 꿈꾸던 금은보화를 얻지 못한 채 마지막 항해를 마치고, 후원자였던 이사벨 여왕까지 잃어 좌절감과 극심한 관절염에 시달리다 55년의 생을 마감한다. 그에게 있어 관절염은 고달픈 직업병이자 마지막까지 몸에 새긴 영광스러운 나날의 기억이었다.

서진혁 부산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은 "무릎 관절염은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쪼그려 앉아서 장시간 일을 하거나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 경우 쉽게 발병한다. 콜럼버스는 장기간 좁은 선박 위에서 생활해야 했고, 많은 곳을 탐사해야 했으므로 무릎 관절이 혹사당해 관절염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 병의 시초, 통풍

   
 

나폴레옹, 알렉산더 대왕, 영국 헨리 8세 국왕. 이들에게는 세상을 호령했다는 것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바로 '통풍'을 앓았다는 것.

통풍은 '병중의 왕' 혹은 '부자의 병'이라고 불린다. 과거에는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부유한 사람들에게 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되는 단백질의 한 종류인 퓨린이 흡수되고 난 후 남은 찌꺼기인 요산이 혈액 내에 쌓여 그 농도가 높아지고 바늘같이 뾰족한 요산염 결정을 형성해 관절의 연골과 주위 조직에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통풍이라고 한다.

통풍성관절염이 발생하면 밤에 관절 부위가 쑤시고 뻣뻣해지면서 부어오르는데, 심한 경우 옷깃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대부분 엄지발가락과 발목에서 처음 발병하고 무릎, 팔꿈치, 손목, 손가락 등 관절이 있는 곳은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통풍은 전체 환자 가운데 남성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남성병'으로 통하는데, 그 중에서도 퓨린이 다량으로 함유된 삼겹살, 치킨 등의 육류와 생선류, 맥주 등을 함께 먹으면 통풍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인물들마저도 육체적 질환은 극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 가르침을 준다.

육체적 고통에 얽매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몸이 아파 삶이 고달프다고 해서 인생을 가꾸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위인들의 일화처럼 아프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삶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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