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나기수 기자]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 부실 인수 의혹을 받고 있는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30일 구속됐다. 검찰이 해외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며 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강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 회사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날)을 시장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함께 사들여 석유공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베스트와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주당 7.3달러였던 날을 주당 10달러에 인수해 석유공사에 55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강 전 사장은 석유공사 창사 이래 최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의 적정성과 자산 가치 평가 등에 대한 내부 검토나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갑작스럽게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문사였던 메릴린치 측은 하베스트 측에서 제시한 수치를 원용해 자료를 만들었고, 강 전 사장은 이 자료를 믿고 날을 인수키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에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줬다는 석유공사 관계자 진술도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하베스트가 생산한 석유는 경제성이 없어 국내로 들여올 수 없었고, 배를 띄우는 돈이 더 많이 소요되는 상황이었다"며 "하베스트 운영 수입이나 배당금이 석유공사로 유입된 적이 없고, 오히려 석유공사에서 하베스트에 1조원 상당의 지원금을 줬다"고 진술했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으로, 하베스트가 이 돈을 갚지 않으면 그 부담을 정부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이 당시 이명박 정부의 평가 지표였던 '자주개발률'을 높이고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무리하게 부실 인수를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강 전 사장은 2008년 정부기관장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를 인수한 2009년 A등급으로 뛰어올랐다.

검찰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60) 경제부총리 등을 상대로 서면·소환 조사를 진행한 결과 하베스트 부실 인수에 대한 최종 책임은 강 전 사장에게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강 전 사장은 부실 인수가 아니라 경영적 판단에 따른 인수였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최 경제부총리에게 하베스트 인수 내용을 보고했지만 최종 결정은 강 전 사장이 직접 했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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