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껌 붙은 듯 둔한 느낌? '이것' 의심해야

   
 

[월요신문 이지현 기자] #워킹맘 김모(42)씨는 몇 달 전부터 발가락과 발바닥 앞쪽에 저릿저릿한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직장에서 걷거나 서 있을 때 심해지고, 퇴근 후 누워 있거나 앉아있을 땐 잦아들었다. 발 앞쪽의 통증을 피하려고 걸을 때 발뒤꿈치로 내딛다 보니 통증은 발바닥 전체로 확산했다. 임시방편으로 발가락과 발바닥에 밴드를 붙이고 붕대로도 감아봤지만 차도가 없자 김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지간신경종' 진단을 받았다.

'몰톤신경종'으로도 불리는 지간신경종은 발바닥을 이루는 5개의 뼈로 구성된 중족골과 발가락 사이를 지나는 신경인 지간신경이 여러 가지 이유로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고 단단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족저신경의 주위 조직이 단단해지는 섬유화가 원인인데, 세번째와 네번째 발가락 사이에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8~10배 정도 많이 발병하며 중년 여성에게 많은 게 특징이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부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지간신경종은 신경이 눌려 두꺼워지는 병으로, 발 볼이 좁은 신발의 착용 기간과 비례한다"면서 "발이 저리고 발바닥이 화끈거리는 증상은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 등 다른 척추질환이 있을 때도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질환을 오인하기 쉬운 만큼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발바닥 지간신경 압박해 통증 유발

지간신경종은 주로 통증이 발가락으로 뻗치면서 발바닥에 껌이 붙거나 불이 난 것 같은 이상감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발가락이 저리고 무감각한 신경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평소보다 발 앞쪽 통증이 심하고, 증상이 반복된다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해볼 만하다.

직업적으로 평소 볼이 좁은 힐을 많이 착용하는 비서, 모델, 백화점 점원, 안내 직원에게서 발병률이 특히 높다. 남성은 드물게 축구선수나 발레리노인 경우 축구화와 토슈즈가 발을 압박해 발생하기도 한다. 축구 선수 박주영도 한때 지간신경종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특히 지간신경종은 엄지발가락 끝이 두 번째 발가락 방향으로 쏠린 무지외반증이나 발바닥 가운데 아치가 거의 없는 평발과 같은 족부 질환과도 무관하지 않다. 건강한 발은 걸을 때 체중이 발바닥 앞쪽에 고루 실린다. 반면 무지외반증과 평발은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에 지나치게 힘이 쏠린다. 이런 경우 걸을 때는 3배, 달릴 때는 5배 정도의 비정상적인 압력이 가해져 지간신경이 압박돼 발병하기 쉽다.

무지외반증, 지간신경종 가속화

지간신경종은 증상과 진찰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지만, 신경종의 크기를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

지간신경종의 치료는 간단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통증을 유발했던 불편한 신발 대신 볼이 넓은 신발로 바꿔주고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발가락뼈를 지지하고 발가락 사이를 벌려 신경이 압박받지 않도록 하는 특수 깔창이나 패드도 효과적이다.

만약 이런 치료에도 낫지 않는 중증에는 신경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지간신경종을 예방하려면 맨발로 서서 신발을 발 위에 올려놓았을 때 바깥으로 발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 폭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게 좋다. 발가락이 너무 꽉 조이는 플랫슈즈, 뒷굽이 높고 앞볼이 좁은 하이힐, 밑창이 얇고 단단한 신발의 장기간 착용은 피해야 한다.

플랫슈즈나 하이힐은 일주일에 3회 이하로 신고, 1~2시간 착용하면 10분 정도는 신발을 벗고 발가락을 움직여주거나 주물러주는 것도 효과적인 예방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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