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2개점 출점…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도 재도전 예상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올해 초 선보인 프리미엄 아울렛에 이어 신도림·판교에 백화점을 출점 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너 경영인 자리에 오른 후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정 회장이 공격적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진출을 위해 오는 9월 입찰 접수를 마감하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에 도전할 것인가를 두고 업계 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부 전경.

올해 들어 잇달아 신규 점포를 낸 현대백화점이 경기 침체 속에서도 목표보다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1일 정식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이하 판교점)은 프리오픈을 포함한 5일간 18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목표치(150억원)의 20%를 웃도는 수치로 현대백화점 개점 점포 가운데 역대 최대 매출을 갱신한 것. 같은 기간 방문고객 수도 65만명으로 추산됐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백화점부터 아울렛까지 점포 늘려

총 투자비 9200억원이 투입 된 판교점은 정 회장의 야심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로(연면적 23만7035㎡) 상권을 공유하는 '라이벌' AK분당점, 롯데 분당점 보다 각각 2.4배, 3배가 크다.

현대백화점 측은 △수도권 최대 영업면적 △뛰어난 교통 접근성 △국내 최대 식품관 △900여개 인기 브랜드를 바탕으로 분당·용인지역은 물론 서울 강남권과 경기 남부 전역을 커버하는 광역형 백화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입지적 강점을 통해 1~2차 상권인 성남·용인 외에 반경 20km 내에 있는 서울 강남과 안양·의왕·광주·수원·동탄 등 3차 상권 소비자까지 모두 흡수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판교점의 압도적인 하드웨어와 MD경쟁력,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마케팅을 통해 기존 백화점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수도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현대백화점은 올해 연달아 아울렛 매장을 오픈하며 '프리미엄아웃렛 사업'에서도 영업적 확장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연 김포점의 매출은 이달 25일까지 목표대비 20% 초과한 상태다. 수도권 서부지역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는 강점과 다른 아웃렛에는 없는 브랜드를 유치한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 5월 현대백화점으로 간판을 바꿔 단 디큐브시티점 매출도 현재까지 목표보다 15% 초과 달성했다.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은 패밀리 중심으로 매장 콘셉트를 바꾸고 1018㎡ 규모의 프리미엄 식품관도 새로 선보이는 등 가족 단위 고객 유치에 공을 들였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현대백화점이 올해 프리미엄·도심형 아울렛을 비롯해 대형쇼핑몰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존의 백화점 중심 사업 모델을 벗어나는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점포가 잇달아 성공하면서 현대백화점의 향후 신규 추가 출점도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은 다음해에 동대문 케레스타와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도심형 아웃렛은 물론 송도 프리미엄 아웃렛을 잇달아 열 예정이다.

이처럼 정 회장은 그동안 보여 왔던 보수적인 경영과는 전혀 다른 공격적인 경영기조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기업의 변화는 곧 생존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수적 경영을 고수하던 현대백화점이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상권을 중심으로 복합쇼핑몰 및 프리미엄아웃렛 출점 등에 적극 나서며 외형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서울시내 면세점 재도전할까

이처럼 현대백화점이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게 되면서 오는 연말 종료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에도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종합유통서비스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는 정 회장으로서는 자체 성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백화점·홈쇼핑 등 그룹 주력사업과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큰 면세점은 놓칠 수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특허가 풀리는 롯데 소공점과 롯데월드점의 경우 지난해 기준 각각 2조원, 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라고 불린다. 경기침체로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통공룡들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터.

무엇보다 롯데그룹 내 경영권 다툼으로 '反롯데' 정서가 확산되면서 기존 시내 면세점 진출을 노렸던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게 업계 내 시각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입찰에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밀려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자체의 성장뿐만 아니라 백화점, 홈쇼핑 등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최종 후보지로, 2개 층을 리모델링해 강남권 최대 면세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한편 서울시내 면세점 재도전 카드를 두고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현재 현대백화점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직 시내 면세점과 관련해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위해 설립한 '면세점 합작법인 현대DF'가 현재까지 운영 중인 부분은 그룹 차원에서 서울시내 면세점 진출을 포기하지 않았다고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그룹 주력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 하에 면세점 사업 진출을 노린 만큼 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잠시 숨고르기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에 미뤄볼 때 참전 가능성은 존재하다는 것.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롯데 기업에 면세점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반롯데 정서'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선 순위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그룹이 경쟁 하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양 측 모두 입찰 참가를 고심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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