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독일 악셀과 제휴, 구글-LG전자 제휴 대결 양상

[월요신문 오아름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협력관계인 ‘삼성전자·구글’이 최근 들어 동맹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마켓 플랫폼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장악하기위해 핀테크, 뉴스제공, 그리고 스마트폰 제조 분야에서 물밑 경쟁을 벌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의 미디어그룹과 손잡고 뉴스앱을 개발한다고 발표해 구글을 자극했다. 모바일을 통한 뉴스 접속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구글로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삼성전자·구글’이 최근 들어 동맹 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삼성vs구글, 핀테크·중저가폰에서 정면승부

구글은 지난 5월 처음으로 공개한 ‘안드로이드 페이’를 이달 16일 전세계에 서비스할 예정이다. 삼성이 출시한 ‘삼성페이’는 지난달 20일 국내 서비스에 들어간데 이어서 오는 28일 미국에서 출시해 애플, 구글과 정면승부를 앞두고 있다.

현재로써는 기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가 안드로이드 페이보다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애플은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구글 또한 삼성 정도의 가맹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글은 최근 LG전자와 중국의 화웨이와 동맹을 맺고 차기 넥서스폰을 이달말 발표할 예정이다. 구글과 협력하는 파트너 2개사 모두 삼성의 강력한 경쟁자이기 때문에 삼성으로써는 반가울 리가 없다.

LG전자가 제조하는 제품은 화면 길이가 4.95인치였던 2013년형 넥서스5보다 크기가 작아질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웨이가 제조하는 스마트폰은 이보다는 큰 패블릿 계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졌다.
 
악셀 슈프링어와 전략적 제휴 체결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삼성전자와 유럽 최대의 신문·잡지 그룹인 독일의 악셀 슈프링어가 뉴스플랫폼 전쟁터를 장악하기 위한 동맹을 맺었다.

삼성으로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맞설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고, 특히 뉴스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확보가 매우 중요해서다.

슈프링어로서도 ‘종이신문의 죽음’에 대비해 총력을 기울여온 디지털 콘텐츠 미디어 분야에서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밀리고 있어 새로운 전기가 필요했다. 이로써 전자업계와 미디어업계의 강자들이 합종연횡하는 생존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악셀 슈프링어의 최고경영자(CEO) 마티아스 되프너는 “지난 몇 년간 양사가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을 위한 환상적인 ‘기술적 기회들’에 대해 자주 의견을 나눈 결과가 이번 제휴”라고 밝혔다.

엄영훈 삼성전자 유럽총괄 부사장은 “슈프링어의 디지털 출판 자산과 우리의 모바일 전문가가 어우러져 고객들을 만족시킬 획기적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사가 협력의 ‘첫 열매’로 내놓은 것은 ‘업데이’(Upday)라는 이름의 뉴스 모바일 앱이다.

지난 3일부터 우선 독일과 폴란드의 삼성전자 디바이스 고객들에게 베타(시험)판 형태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업데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패플릿, 스마트워치 등 관련 기기 모두에서 작동한다.

양사는 내년 초에 정규판을 내놓고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독일어와 폴란드어 콘텐츠 편집팀만 있으나 내년엔 유럽 각국별로 편집팀을 두게 된다.

‘업데이’는 크게 ‘알아야 할 것’(Need to Know)과 ‘알고 싶은 것’(Want to Know)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알아야 할 것’에선 악셀 슈프링어의 업데이 전담 편집팀이 그날의 ‘가장 중요한 화제들’을 선별, 간단하게 요약한 내용이 제목과 함께 제공된다.

각 콘텐츠를 누르면 출처인 뉴스통신사와 신문, 잡지 등의 웹사이트에 연결(아웃링크)돼 내용 전체를 볼 수 있다. ‘알고 싶은 것’에선 사용자가 지정한 관심 분야나 종류의 뉴스 등 콘텐츠가 제공된다. 역시 각 콘텐츠 제목을 누르면 출처 웹사이트로 연결된다. 콘텐츠 수집은 여러 뉴스통신, 신문, 잡지 등 사이트들의 RSS피드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선별해 보여주는 이른바 ‘애그리게이트’(aggregate) 또는 큐레이트하는 과정은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구글 비난해온 슈프링어의 변신 배경

악셀 슈프링어는 그동안 애그리게이터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특히 구글에 대해 "남의 재산을 허락도 받지 않고 공짜로 가져다가 장사를 하는 것으로 절도에 가깝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과 손을 잡고 자신이 애그리게이터 역할을 겸하는 미디어플랫폼 업자가 됐다.

슈프링어와 삼성은 '업데이'와 관련해 삼성이 대가를 얼마나 지불하는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양 사가 모두 업데이 개발과 운영에 투자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슈프링어 측은 앞으로 삼성과의 제휴를 통해 더욱 다양한 서비스들을 개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애플의 전략 차이

삼성이 유럽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업데이'는 애플이 앞서 선보인 앱 ‘뉴스’에 맞서는 대항마다. 그러나 애플과 비교하면 전략과 특성에 차이가 있다.

애플의 ‘뉴스’는 스마트폰에 처음부터 깔려나오는 선탑재 앱이다. 원래 운영체제 iOS를 중심으로 형성한 콘텐츠 생태계 자체가 폐쇄적인 애플은 페이스북 등과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자사 화면(사이트)에만 가두어 놓고 보게 한다.

반면 삼성의 경우엔 원하는 사람만 구글플레이 등에서 내려받아 까는 앱이다. 선탑재 앱의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로 이를 꺼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자율개방방식’의 장점도 크다.

또 애플의 경우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유수 언론사들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 반면 삼성은 슈프링어 한 곳과 손을 잡아 콘텐츠를 모으고, 선별하고, 가공하고, 편집하는 일을 모두 맡겼다.

또 다른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이른바 ‘데이터 프라이버시’정책이다. 미디어플랫폼을 비롯한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용자의 각종 신원 정보와 관심사, 선호분야 등 다양한 데이터를 얻게 된다. 고객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이 데이터들을 축적, 분석해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애플의 경우 ‘뉴스’ 앱으로 얻은 고객 데이터를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반면, 삼성과 슈프링어는 이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B2B 시장 적극 공략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B2B 지원센터를 만들어, 이곳에서 주력 제품의 B2B시장 진입과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삼성전자가 B2B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위기감이 커진 지난해부터다.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 데다, 중저가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에 밀려 경쟁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B2B 시장은 2020년 7340조원 규모, 일반소비자용 B2C 시장의 두배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를 비롯한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들이 전부, 관련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셈이다.

신종균 사장은 올해 3월 스페인 MWC에서 "갤럭시S6에 탑재된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KNOX)같은 솔루션이 B2B 시장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인종 B2B개발팀장(부사장)은 지난달 뉴욕 '갤럭시노트5'공개 행사에서 "삼성페이를 확대하기 위해 제휴 카드사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업용 모바일 시장은 매출이나 수익 측면에서 당장 뚜렷한 성과를 올리기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국방성에서 갤럭시노트4같은 녹스가 탑재된 기기를 허가 받아서 납품 길이 열린 상태이며, FBI 등에 공급이 이뤄지면서, 빅마켓인 미국 공공조달 시장에 조금씩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