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가격상승의 비밀?


동서식품이 커피값 상승과 관련해 오너일가의 배불리기 논란에 휩싸였다. 매년 커피믹스와 커피값을 물가상승률보다 더 높게 인상하더니 결국은 배당금을 늘려 최대주주 일가에게로 막대한 금액들이 흘러들어 갔다는 논란이다. 게다가 창업주 3세를 위한 경영승계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동서식품의 배당잔치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1968년 창립한 동서식품은 식품사업, 포장사업, 다류사업, 수출ㆍ입 및 구매대행업, 보세창고업 및 임대업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현재 연매출 1조원이 넘어 국내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동서식품의 실제적 지배사는 동서.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아들 김상헌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며 2세 경영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김 회장의 장남 김종희 씨가 동서의 경영지원 부문 상무이사로 선임되며 동시에 동서에 대한 지분율을 늘리고 있어 업계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너 3세 경영승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매년 계속되는 커피값 인상 또한 대주주들에 대한 배당금과 결국엔 창업 3세인 김종희 상무를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어 다소 빈축을 사고 있다.

커피가격 인상 의심스러워

동서식품의 커피값은 매년 평균 5~9% 이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이후 국가 물가관리정책이 있었던 지난 해를 제외하고 한 해도 빼놓지 않고 주력 제품인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값을 매년 인상했다.
2006년 맥심커피(170g)는 9.2%, 커피믹스(1.2㎏)는 7.8% 올렸고 2007년 7월에도 맥심커피 7.9%, 커피믹스를 5.8% 인상했다.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맥심커피 9.2%와 5.0%, 커피믹스 7.8%와 5.0%를 올렸다.
지난 해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식품업계가 주력 제품의 가격인하를 단행했으나, 동서식품은 주력제품인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 가격은 제외하고 25% 정도의 시장점유율에 매출 1000억원대인 캔커피 가격만 살짝 내렸을 뿐이었다. 최근에는 주력 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서식품은 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 커피 원두 가격의 인상으로 인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동서식품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4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3.3% 늘어 2175억원을 거둔데다가, 순이익은 13.8% 늘어 1789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동서식품의 변명은 다소 의심을 받고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값 인상이 최대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더 늘려주기 위함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서식품에 대해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돈을 더 빼가려고 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동서식품이 커피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 등 주력상품의 가격을 내리면 매출(이익) 감소에 따라 배당금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배당금은 엄청나다. 지난 1999~2000년 누적순이익 1조946억원의 80% 이상인 8726억원을 배당했으며, 2009년에는 순이익 1571억원의 62.8%인 980억원을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490억원은 해외 대주주에게 빠져나갔다.
2008년에는 중간배당금까지 합쳐 그해 순이익 1409억원 보다도 많은 1746억원이 배당금으로 대주주들에게 지급됐으며, 2007년에는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를 판 순이익의 대부분인 946억원을 배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서식품이 지난 10년 동안 지급한 배당금은 9300억원 가량이다.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이 총 1조4,700여억원이고 이 중 60% 안팎이 배당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지난 해에는 영업이익의 63.95%가 배당금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동서식품이 커피값 인상 가운데 배당금을 높여가자 두 요소의 관계에 대해 의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김종희 신임상무이사의 급부상과 함께 커피가격 인상과 배당금 대규모 상승이 3세 경영승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까지 덧붙여지고 있다.

지분구조 들여다보면…

동서식품은 모회사 동서와 미국 크래프트푸드가 각각 50%의 지분을 출자해 만든 회사다. 때문에 매년 배당금과 로열티 명목으로 엄청난 금액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동서식품의 커피값 인상이 일정수준의 배당금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동서식품의 지주회사격인 동서는 김재명 명예회장의 장남 김상헌 현 동서회장이 33.84%의 지분을 갖고 있고, 차남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이 20.13%를 갖고 있다.
또 김상헌 회장의 아들과 김석수 회장의 아들, 딸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68%가 넘어 대주주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동서가 동서식품의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김상헌 회장의 친인척들이 동서를 통해 동서식품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인데, 항간에는 매출 1조원이 넘는 비상장 회사를 친인척 9명이 지배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배당총액을 전년보다 12.24% 올려 1100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동서식품의 배당금 1100억원 중 550억원은 크래프트에게 돌아갔고, 나머지 550억원이 김상헌 회장이 최대주주인 동서에게 돌아갔다. 동서는 동서식품의 배당금과 자체 사업수익을 포함해 지난해 116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352억원을 배당했다.
동서 지분 36.53%(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했던 김 회장이 지난해 동서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30억6150만원으로 재계 8위다.

김종희 상무의 지분율 증가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은 동서의 지분구조 중 김상헌 회장의 장남 김종희씨의 지분율 변화이다.
김종희 씨는 지난 2월 동서의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비상임 이사)로 전격 선임됐고, 이후 의욕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김 상무에게 동서 보유지분 80만주(2.69%)를 증여해 줘, 김 상무의 지분 늘리기에 힘을 보탰다. 김 회장이 증여한 지분의 시가는 282억원이 넘는 수준. 이후 김 상무는 임원선임 전후로 장내에서 지분을 자체 매수하는 등 지난 5월 19일까지 총 680억원을 들여 2001년까지 1.22%였던 자신의 동서 지분율을 6.26%까지 끌여올렸다.
이로써 김 상무는 작은 아버지 김석수 회장에 이어 3번째 대주주가 됐다.
김 상무의 지분율 증가에 대해 미래의 3세 경영시대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회장이 그에게 자신의 보유주식을 넘긴 것도 장남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형제경영은 2세 승계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 지분확보를 위한 실탄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편법 증여 논란

동서와 김종희 상무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증여의 의혹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동서의 계열사 성제개발. 김종희 상무가 지분율 32.98%로 최대주주로 있는 성제개발은 최근 1년 사이 동서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104% 이상 증가한 120억원 대로 늘려 논란을 빚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총매출액 중 관계자 매출 비중이 50%를 넘지 않았으나, 김상헌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고스란히 김종희 상무에게 증여하고 동서의 후계구도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성제개발의 관계사 매출 비중은 90.8%로 순식간에 치솟았다.
2009년 62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나나해 124억원으로 2배 늘어났으며, 영업이익도 7억5,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12억5,0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이중 10억원이 오너일가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이처럼 김종희 상무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관계사 내부거래가 급증하자 계열사를 통한 편법증여와 오너일가 밀어주기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성제개발의 지분은 김석수 회장에도 있는데, 그는 자신의 보유지분 23.98%를 아들 동욱, 현준씨에게 각각 13%, 10.93%씩 물려준 바 있다. 김재명 명예회장이 보유한 21.61%까지 더하면 동서 오너일가가 가지고 있는 성제개발의 지분은 총 80.25%가 된다.
성제개발은 아직 배당금이 적어 동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실탄으로서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독식하다가 이후 우회상장을 통해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성제개발에 대한 의심은 쉽게 거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동서그룹은 지난 1월 김상헌 회장과 김석수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애물단지 땅이 지난 해 1월과 11월 동서물산과 동서에 시세보다 최대 2.5배 높은 가격으로 매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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