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이제는 국내 운전면허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다. 필자는 물론이고 언론매체에서도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이에 대해 지적하고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으나 운전면허제도 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로 기존 시험시간 60시간이 30시간, 최종적으로 13시간으로 줄어서 이론적으로 하루 반이면 운전면허 취득을 할 수 있게 됐다.

간소화 이후 연간 50만명 정도로 운전면허 취득자가 급증했다. 선진국과 같이 실제로 자동차를 운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면허증을 취득하는 경우와 달리 우리는 일종의 지격증과 같이 쉬울 때 따놓은 형태가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운전면허 취득을 어렵고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단 이틀이면 취득할 수 있지만 호주는 4년, 프랑스는 3년, 독일은 2년이 소요된다.

당장 정식 운전면허를 주기 보다는 임시면허나 관찰면허를 주고 상태를 보면서 나중에 정식 면허를 주는 제도가 정착화돼 있다.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간편한 운전면허 취득 때문에 최근 중국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인이 자국으로 돌아와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중국측 항의 공문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타 외국인과의 차별성이 어려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장 상해시에서는 우선 이번 달 중순부터 중국인의 단기 관광비자로 취득한 우리나라 운전면허는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마도 이 문제가 중국 내 다른 지자체로 번지면 우리나라 운전면허의 문제점이 국제 문제로 대두되지 않을지도 우려된다.

운전면허증은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는 제도 개혁과는 거리가 먼 사례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강화하면 할수록 교통사고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하는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건수는 아직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10만명 당 어린이 사망자수도 대단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첫 단추인 운전면허제도는 엉망이라고 할 수 있다.

간소화 이후 한 가지 변한 것은 필기시험 300문제를 700문제로 확대한 것이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에 대한 문제점이 빗발치다보니 작년 말 경찰청에서 정책연구를 통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했으나 올해 2월 그 결과에 대한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간소화와 관련 ‘간부가 승진해 있는데 굳이 나서서 운전면허 제도 간소화를 뒤집겠느냐’고도 말하고 있다. 할 의지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나 일반인 모두 간소화의 위험성을 한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고 심지어 일선 경찰관들도 문제점이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

운전면허시험에 개선이 필요성하다는 언급이 나오진 2년이 넘어가고 있다. 현재에도 간소화로 인한 운전면허 취득자의 문제점은 각종 사고로 나타나고 있다고 확신한다.

2010년에 대통령이 직접 운전면허 간소화를 언급, 그때까지 진행되던 제도 개선방안을 버리고 천편일률적인 13시간 짜리 제도로 바꾼 만큼 이번에도 대통령이 직접 운전면허 제도 강화를 언급해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대통령이 아니면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