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털터리에서 6년 만에 슈퍼리치 되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첫 번째 순서로 미국의 벤처사업가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

최근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 타임즈는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기업인 '우버(UBER)'가 10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페이스북, 구글도 해내지 못한 자금 유치로 IT 기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화제의 중심에 오른 우버의 중심에는 창업자이자 대표인 트래비스 칼라닉(이하 칼라닉)이 있다. 칼라닉은 우버 하나로 지난해 IT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됐다. 그는 지난해 『포브스』가 발표한 美 400대 부호에 새롭게 진입했는데, 집계된 그의 자산은 30억 달러(약 3조 1900억원)였다.

끝없는 실패에도 계속되는 도전

1976년 LA에서 태어난 칼라닉(39세)은 18세 때 첫 사업을 시작했을 만큼 어릴 때부터 세일즈맨 기질이 다분했다. 당시 그가 한 세일즈는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수능 대비 족집게 과외' 같은 수학능력시험(SAT) 보습 학원이었다.

이후 칼라닉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1998년 친구들이 '스카워(Scour)'라는 파일공유(P2P) 서비스 회사를 차리자 학교를 그만두고 사업에 합류했다. 본격적으로 벤처기업의 세계에 뛰어든 것.

하지만 같은 P2P 파일공유 서비스 '냅스터(Napster)'가 등장했을 뿐 아니라 미국의 33개 콘텐츠 제공 기업들이 2500억 달러나 되는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 스카워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0년 파산 신청을 하고 문을 닫았다.

훗날 칼라닉은 당시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루 14시간씩 침대에 누워 있곤 했다. 그리고 게임을 했다. 이길 때까지, 허세를 부리는 심정으로.”

칼라닉은 이후 스카워 창업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토드(Michael Todd)와 함께 ‘레드 스우시(Red Swoosh)’라는 콘텐트 전송 최적화 회사를 만들었지만 이 사업 역시 순탄치 않았다. 미 국세청이 탈세 사실을 고지하면서 11만 달러의 추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으로, 이 일로 마이클 토드와의 관계도 틀어져 내우외환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칼라닉의 장점인 '집요함'은 끝내 통했다. 칼라닉은 토드가 회사를 떠난 후 칼라닉은 무려 3년간이나 월급 없는 생활을 견디며 회사를 유지했던 것.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칼라닉은 레드 스우시를 거액에 매각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그는 안주하지 않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09년에 개릿 캠프(Garrett Camp)와 새로운 기업을 시작한다. 이 회사가 바로 우버다.

칼라닉의 성향은 대단히 공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의 경우 애초에 라이언 그레이브스(Ryan Graves)라는 젊은 개발자를 CEO로 내세웠지만 사업이 성공 궤도에 들어서자 칼라닉은 돌연 그레이브스에게서 CEO 자리를 빼앗기도 했다.

칼라닉은 "'모든 사람의 개인 기사'를 지향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며 "사람들이 직접 운전대 잡을 일 없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공유경제의 모델인가 불법인가 논란 분분

우버는 누구나 쉽게 근처에 있는 일반 차량을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통 중개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다. 차량 이동이 필요한 사용자와 주변에 있는 우버 등록 운전사의 차량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인 셈이다.

승객이 앱으로 차를 예약하면 예약 차량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데, 승객은 앱에 등록된 운전자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차량 검색부터 요금 결제까지 스마트폰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 예약제인 까닭에 승차 거부도 없다.

현재 우버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국 170개 도시에 진출했으며, 기업 가치가 18조원을 넘게 돼 지난해 기준 세계 1위의 스타트업이 됐다.

우버는 우버 블랙(Uber BLACK)과 우버 X(Uber X), 두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버 블랙은 고급 콜택시 서비스로 일반 택시에 비해 가격이 2배가량 높다. 우버 X는 택시운전 자격증이 없는 일반 운전자들이 기사로 참여하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

이런 파괴력 때문에 우버를 둘러싼 논란도 치열하다.

실리콘밸리의 경우 우버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실리콘밸리는 우버가 성공적 공유경제 모델이라며 획기적이고 대안적인 IT 기반 경제 패러다임을 열었다고 열광한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은 경쟁하듯 우버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반면 각국 정부와 기존 택시업계는 우버를 사라져야 하는 존재로 간주한다. 주요국 정부는 택시 면허를 받지 않고 택시영업을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규정했고 각 도시 정부는 불법 판정, 경고,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기존 운송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위협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버의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법적 논쟁도 있기 때문.

이런 시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송규종)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우버의 설립자 트래비스 칼라닉과 렌터카 업체 M사 대표 이모(38)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찌감치 우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서울시는 지난 1월 2일부터 우버의 영업 내용을 신고하면 서울시가 최대 100만원 포상금을 지급하겠다며, 이른바 '우파라치' 제도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3월 우버는 한국에서 우버 X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칼라닉은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어떤 도시, 어떤 시장도 찾아가겠다"라며 "우버는 새로운 운송 시스템이며 공유 경제의 신모델인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제3의 산업을 탄생케 하는 기술 플랫폼"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간편한 서비스 우버로 전 세계를 '공유경제'의 세계로 안내한 트래비스 칼라닉. 저돌적인 추진력을 가진 리더가 향후 어떻게 변모할 수 있을지 지켜봐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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