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약 슈퍼판매 무산


취약시간대에 국민의 의약품 구매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일반의약품 슈퍼·편의점 판매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유는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 등은 복지부가 약사회의 눈치만 보고 국민들의 요구는 무시했다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복지부 김국일 의약품정책과장은 지난 3일 "특수장소 지정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약국 외 판매를) 검토했으나,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포기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의 회의를 거쳐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의약품을 따로 지정하겠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계획이다.

국민들 불편 해소는 해야

보건복지부는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포기를 밝힘과 동시에 국민들의 의약품 구매불편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마련할 것도 약속했다.
복지부는 3일, 이달 중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를 개최해 현행 의약품의 분류에 대해 본격적으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의사, 약사,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중앙약사심의원회를 통해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약사 등이 우려하는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신중을 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행 의약품 분류 체계에 따르면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소화제·해열제 등 의사 처방 없이 약사만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소독약·금연보조제 등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약국이 아닌 슈퍼 등 어디에서나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필요한 때 아무 때나 쉽게 구하기가 힘들어 시민단체 등이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요구해 왔다. 그리고 대한약사회·보건복지부 등은 의약품 오남용 등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시민단체 반발 심각

복지부는 결국 약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복지부 김국일 의약품정책과장은 3일 "특수장소 지정 확대 방안을 중심으로 (약국 외 판매를) 검토했으나, 약사회가 수용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일반약 약국 외 판매의 사실상 무산을 알렸다.
복지부 발표에 대해 일반약 슈퍼판매를 주장해 온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실련 김태현 국장은 "복지부의 이번 발표는 일반약 슈퍼 판매에 대한 정부 방안을 기다려온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라며 "약사회를 구하려는 복지부의 모습이 눈물겹다"고 맹비난했다.


일반약 슈퍼판매에 대한 요구는 이미 1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사안이다. 복지부는 당초 약사법 개정 없이 동사무소나 소방서 등 특수장소에서 의약품을 확대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 왔다. 인근 약국의 약사가 특수장소 내 대리인을 관리하며 의약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러한 관공서와 함께 편의점 등이 거론됐었다. 하지만 약사회는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았고, 결국 복지부는 본래의 뜻을 추진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약사회는 심야·휴일 당번약국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평일에 24시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전국 4000개, 휴일 운영 당번약국을 5000개로 확대하고 저소득층부터 단계적으로 상비약 보관함을 보급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정책을 통해 어느 정도 의약품 구입불편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의사 4명, 약사 4명, 공익대표 4명 등으로 구성된 약심위에 대해서도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정도의 인원으로 국민들의 불편을 얼마나 해소해줄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3~4개월이면 결론이 난다고 하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사실상 미지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경실련 등의 입장이다.
지난 3월 23일, 경실련은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해 조직 역량을 총동원해 전국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대대적으로 표명했던 바 있다. 언제 어디서든 급하게 일반의약품이 필요할 때 빨리 구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었다.


경실련은 당시 약국들이 24시간 동안 여는 곳이 잘 없고, 슈퍼만큼 개체 수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의약분업 이후 약국들이 대형 병원 근처로 옮겨가고, 복지부와 약사회에서 시행한 당번약국과 심야응급약국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와 약사회가 전문성과 안전성이라는 특징을 명분으로 일반약 슈퍼판매에 반대논리를 펴 실질적인 소비자의 권리나 편익 증진을 위한 개선 노력은 가로막혀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전문가 없이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안전성'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며, 일반약 구입에 있어서 전문적인 약사의 조언과 복약 지도가 없다면 시민들이 광고 등에 의존해 슈퍼에서 의약품을 선택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시민단체와 대한약사회 사이의 일반의약품을 둘러싼 싸움이 앞으로 또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따로 분류하겠다는 보건당국의 계획은 문제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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