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빌 게이츠 세계 제패 꿈꾸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최근 한국경제의 저상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가정신은 도전, 혁신, 미래를 보는 안목, 사회적 책임 등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투자가 확대되고 생산과 고용이 늘 수 있기 때문. 즉, 기업가정신이 회복되면 경기도 회복되고 기업가정신이 쇠퇴하면 경기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월요신문>은 기업가정신과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열정을 꿈으로 만든 글로벌 CEO 이야기를 연재한다. 일곱 번째 순서로 중국의 사업가 '류촨즈(柳傳志)'의 기업가 정신을 살펴봤다.

   

류촨즈(柳傳志) 레노버그룹 창업주.

글로벌 컴퓨터 기술회사 레노버(Lenovo)가 지난 2분기 21.2%의 시장점유율과, 1500만대의 출하량으로 전 세계 1위 PC기업 자리를 지켰다. 이는 레노버 그룹이 지난 2012년 3분기 시장점유율 15.7%로 글로벌 1위 자리를 처음 얻은 이후, 10분기 연속 일궈낸 결과다.

이 가운데 레노버 그룹은 지난해 7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5위에 오르는 등 PC기업을 넘어 새로운 종합 IT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네레노버의 약진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중국 최대의 민간 기업인 레노버의 창업주 류촨즈(72·柳傳志) 회장이다.

류 회장은 레노버와 모기업인 레전드 홀딩스의 지분을 대거 소유한 대주주로, 40세의 나이에 레노버 그룹을 창업한 입지적인 인물이다.

41세에 늦깎이 창업

류 회장은 1966년 시안(西安) 군사전신전문학교에서 통신 기술을 배우면서 IT분야에 입문했다. 그는 이 학교를 마치고 쓰촨성 청두의 국방위원회의 통신기술 연구원으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 해 시작돼 1976년까지 중국 전역을 휩쓸었던 문화대혁명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예술인들이나 지식인들을 자본주의의 병폐라고 여겨 투쟁을 대상으로 삼고 모두 배척시켰던 시기였기 때문에 연구원 자리에서 밀려나 농장을 전전해야 했던 것.

이에 그는 돼지치기에 종사하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9년이 되서야 중국과학원 전산기술연구소 연구원에 가까스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가 사업구상을 하게 된 건 연구원으로서 미국 기술을 접하게 되면서 당시 붐을 일으켰던 '컴퓨터'에 주목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컴퓨터라는 첨단기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에 류 회장은 1984년 41살의 나이로 11명의 동료와 레노버그룹의 전신인 롄상(聯想)을 설립하게 된다. 연구소 경비초소로 쓰던 7평짜리 건물과 창업자금 20만위안(한화 3600만원)이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류 회장의 창업이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IBM컴퓨터 500대를 사들여 이를 역설계해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와 기업경영에 관한 기초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패도 잇따랐다.

일례로 컬러TV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시기 그는 자신의 공장에서 컬러 TV를 대량 구매해 적당한 이윤을 붙여 팔기 시작해 '대박'을 터뜨렸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당시 판매 가격에 세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후에 세금을 제하고 나니 엄청난 손실이 따랐기 때문이다.

이후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그는 교외 농촌에서 무, 배추와 같은 채소를 사다가 계산소 앞에 놓고 팔아야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나중에는 롤러브레이드와 전자시계까지 팔아봤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1987년에는 300만 위안을 사기당하기도 하고, 1990년대 들어서는 중국 정부의 관세 인하조치로 미국산 컴퓨터가 대량으로 밀려 들어와 큰 위기를 맞는 등 잇단 실패를 겪게 된다.

훗날 류 회장은 이런 무수한 사업 실패 속에서 3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째, 성급한 성공이나 지나친 이윤을 바라지 말고 오래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기업을 키워라. 둘째, 국제무대에 설 수 있는 규모 있는 회사를 만들어라, 셋째, 가장 잠재력 있는 하이테크 회사를 설립하되 돈 되는 일이라고 아무 일이나 해서는 안 된다."

인수·합병으로 기업 덩치 키워

류 회장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컴퓨터 전문 회사를 고집했다. 그 결과 레노버 그룹을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그는 인수 합병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지난 1997년 경영난 속에서도 베이징 컴퓨터회사를 인수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였으며,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던 2005년에는 17억 5000만 달러를 들여 미국 IBM의 PC 부문을 인수했다.

업계는 이를 놓고 경영자로서 류회장의 승부사적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평가한다. 실제 레노버는 이 시기 146달러의 매출을 올려 중국 최대 민간 기업이 됐으며, 단숨에 세계 3위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다.

류 회장은 지난 2012년 레노버를 모바일 사업에 진출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지난해에는 인텔의 서버 비즈니스를 인수한데 이어 구글이 소유하고 있던 휴대전화 제조업체 모토롤라 모빌리티를 인수했다.

레노버는 여세를 몰아 PC 중심 기업에서 모바일로 지평을 넓히면서 본격적인 종합 글로벌 IT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레노버는 전 세계 60개국 이상에서 활동하고, 160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는 글로벌 IT기업이다. 해외의 디자인과 연구인력, 중국의 생산인력을 제대로 결합했다는 평이다.

류 회장은 천외유천(天外有天)이라는 중국 속담을 늘 가슴에 새기고 다닌다고 한다. 이는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는 뜻으로, 겸손과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할 때 쓰이는 말이다.

"제 성격에는 자만의 DNA가 흐르고 있습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우쭐해지기 쉬운 성격이죠. 그래서 늘 자만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일깨우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류촨스 회장의 인생 좌우명

류촨스 회장의 인생 좌우명은 회사의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다. 1996~97년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을 때, 그가 책상머리에 새겨둔 글자는 "우짜오(조급하지 말자)"였다. 회사 상황이 좋아지자 그는 "홍이(뜻이 넓고 굳샘)"란 글자를 액자로 만들어 사무실 벽에 걸었다.

그가 꼽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목표를 잘 세울 줄 아는 것"이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래의 큰 그림을 그려야 구성원을 이끌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최고경영자로서 그의 특징은 재물에 대한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는 것. 다음은 재물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내가 가진 주식이 2%밖에 안 된다고 하면 많은 기업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다들 내가 레노버를 창업했고 회사가 이만큼 커졌으니 재산도 많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조직을 단합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일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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