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약 사이다 사건으로 기소된 박모씨.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졌던 ‘농약 사이다’ 사건에 대한 2차 국민참여재판이 8일 오전10시부터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2차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 측은 첫날 제시한 증거 자료 등에 대한 구체적 확인을 위해 피해 할머니 등 관련 증인 7명을 법정에 세울 예정이다.

양측은 이날 재판에 참석하는 증인들을 통해 이번 사건의 피의자인 박모(82·여)씨의 유·무죄를 배심원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과 번호인단 간 증거자료에 대한 이해의 차가 있어 이들의 법정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박씨의 유죄를, 번호인단측은 박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모두 583건에 달하는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검찰 측은 공소사실 외에 새로운 증거인 농약(메소밀) 성분이 묻은 마을회관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 등을 제시하며, 피고인을 압박했다.

검찰은 박씨 집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든 박카스병이 나온 점, 마을회관 사이다병 뚜껑으로 사용된 드링크제 뚜껑과 제조일자가 같은 드링크제 10병이 발견된 점, 박씨의 집 주변에서 발견된 농약병 등이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박씨가 사건 발생 당시 입었던 흰색 저고리(상의)와 꽃무늬바지(하의), 지팡이, 목장갑, 전동휠체어 등 박씨의 물건 21개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을 주요 증거로 내세우며 박씨의 유죄를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사건 당일 박씨가 피해자들이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뒤 구급차가 출동한 것을 봤음에도 불구, 마을회관 정문의 한쪽을 닫고, 구급대원들에게 마을회관 안에 다친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유죄 증거로 내세웠다.

반면 변호인단은 공소 사실 등을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범행 동기, 농약 투입 시기 및 구입경로, 피고인 지문 등 직접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박씨가 사이다에 농약을 타는 등의 행위로 30년 동안 한 마을에서 살았던 할머니들을 살해할 동기가 없다고 강조하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들의 허점을 공략했다.

또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걸레와 두루마리 휴지에서 농약 성분이 나오고 DNA가 검출되지 않았던 것은 현장에 피해자들이 내 뿜은 거품 외에도 물 등의 액체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농약 성분이 나온 버려진 박카스 병은 겉으로 보기에도 낡아있어 박씨의 집에서 발견된 박카스와 한 박스에 담겨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손봉기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이번 재판이 열리기 전까지 언론 등을 통해 이 사건을 접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을 다 잊고 재판에 나온 증거들을 토대로만 정확하게 판단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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