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집단 자퇴서 제출, 고시생은 헌법소원제기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지난 3일 법무부가 사법고시 폐지 4년 유예 방침을 밝힌 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학생들과 고시생들간의 갈등이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로스쿨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 지역 로스쿨 학생까지 강하게 반발하는가 하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고 일부 고시생은 서울대 로스쿨 앞에서 삭발하는 등 로스쿨 학생과 고시생 두 진영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최근 법무부의 사시폐지 4년 유예(2021년) 방침 발표 후 이에 반발하는 전국의 로스쿨에서는 ‘자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학교에서 고시준비생들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로스쿨생, 법무부에 거센 항의

법무부의 사법고시 폐지 4년 유예 방침이 발표된 후 로스쿨 소속 학생들의 학사일정 거부, 자퇴 결의와 로스쿨 소속 교수들의 사법시험 출제 거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로스쿨 1∼4기 졸업생 법조인들은 8일 "로스쿨 제도는 2007년 국회를 통과해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도입된 제도"라면서 법무부에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불과 한달 앞두고 합리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사법시험 폐지 유예 의견을 내 재학생들에게 큰 혼란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극소수만을 선발하는 사법시험과 자격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 제도가 병존하면 두 법조인 사이의 자격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로스쿨 재학생들도 법무부의 사시 폐지 4년 유예 방침에 반발, 8일 오후 2시 본교 광복관 1층에서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연세대 로스쿨 학생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373명의 재학생들이 자퇴서를 제출했다.

연세대 로스쿨 학생회는 "법무부의 사시폐지 4년 유예 입장 철회를 촉구한다"며 "국민적 합의인 입법으로 8년 전 결정된 2017년 사시폐지 약속을 이행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방침은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고사시키겠다는 선언과도 같다"며 "다년간 시행돼 온 법률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깨뜨린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학교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역 로스쿨 재학생들의 반발도 거세다. 경북대 로스쿨 학생회는 이날 오후 2시 학과사무실에 모든 학생들의 퇴학원을 제출하기로 했다. 경북대 로스쿨 재적생은 362명이다. 이날 영남대 로스쿨 재학생 215명도 자퇴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로스쿨 소속 학생들의 모임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법무부의 사시폐지 유예입장 철회,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사과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무부가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전원 자퇴서 제출, 학사일정 전면 거부, 제5회 변호사시험 거부 등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여 만든 한국법조인협회도 성명을 통해 "법무부장관은 현행법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즉각 사퇴하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법무부는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법무부장관은 전국민에게 사죄하라"며 "법무부가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퇴진운동을 강력히 벌여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시생, 사법시험 존치 헌법 소원

로스쿨 학생들의 반발 움직임이 커지자 고시생들은 사법시험 존치 찬성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는 고시생 1137명’은 7일 서울법원청사에서 로스쿨 학생들의 자퇴서를 즉각 수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로스쿨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정할 때에도 집단 자퇴를 결의하며 75%의 높은 합격률을 보장받았다”며 “본분을 망각한 학사일정 거부와 자퇴서 제출, 법무부 장관 퇴진 운동으로 다시금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시생들은 이어 “서울대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자퇴서 제출을 원하지 않는 재학생들을 상대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지했다”며 “이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및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시생들은 ‘삭발식’까지 단행했다. 7일 오후 2시 서울대 로스쿨 법학관 앞에서 20대 사법시험 준비생인 남성 2명, 여성 1명이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며 삭발식을 거행했다.

이들의 대리인 나승철 변호사는 “법사위의 법안 처리 지연으로 헌법 제1조 제2항 국민주권의 원리,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 및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이 침해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7일 성명을 통해 "학사비리 문제, 장학금 축소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침묵해온 로스쿨협의회가 단지 사시를 4년간 병행한다는 발표에 대해 필요 이상의 극단적 방식으로 거부하는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어 "출제 거부로 법무부를 압박하겠다는 발상은 자신들이 아니면 법조인 선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과 우월감의 표출일 뿐"이라며 "로스쿨협의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법학교수, 변호사 등 이론가와 실무가가 변호사시험 등 법무부 주관 시험 출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5회 변호사시험은 내년 1월 4일부터 4일간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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