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짜깁기 수사” VS “진범 확실” 공방 치열

[월요신문 김지수 기자] 할머니 6명이 사망 및 중태에 빠졌던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 대한 2차 국민참여재판이 8일 대구지방법원 제11호 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40분까지 진행된 오전 재판에서는 변호인단 측이 피의자 박모(82·여)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박카스병과 박씨의 전화사용 유무, 검찰 조서가 왜곡됐다는 점 등의 증거자료를 설명하며 검찰의 증거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단 주장에 반박하는 등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 할머니 6명이 숨지거나 중태에 빠진 상주 '농약사이다'사건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 지난 7일 오후 대구지방법원에서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82)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박카스 지문 미스터리

검찰은 전날 실시된 1차 재판에서 '박씨의 집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든 박카스병이 나온 점'을 토대로 박씨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검찰에서 제시한 박카스병은 제조일자가 같은 것은 사실이나 이를 토대로 박씨가 소지하고 있던 박카스 병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고, 병의 형태 또한 너무 낡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또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박카스 병에서 박씨의 지문과 DNA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씨가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번호인측에서 주장하는 '병이 너무 낡았다'는 것은 병을 발견한 당시 땅 속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훼손이 된 것은 당연하다"며 "또한 사건이 발생한 마을에서 박카스를 소지하고 있던 집은 박씨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어 "병에서 박씨의 지문과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박씨가 병을 만지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이 건조하거나 오랜 농사일로 인해 지문이 선명하지 않으면 지문이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의자, 메소민 검출 이유 설명 못해

변호인 측은 검찰은 박씨의 물품을 조사한 결과, 모두 21곳에서 메소민이 검출돼 박씨의 범행이 확실하다고 주장했지만 여기에는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대로 박씨가 범인이기 때문에 박씨의 옷과 전동차 등에서 메소민이 검출됐다면 사이다에 농약을 타기 위해 잡았던 회관 안의 냉장고 손잡이에서도 메소민이 검출돼야 한다. 하지만 메소민은 발견되지 않았다. 때문에 박씨의 범행이라고 보기에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박씨가 닿을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메소민이 검출될 수 없다"며 "결정적으로 박씨는 '자신의 물건에 메소민이 묻은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범인 지목 이유"라고 강조했다.

피해자들 구조요청하지 않은 이유도 안개 속

검찰은 변호인 측에서 주장하는 "박씨가 사고 당시 다른 피해자들이 안에서 자고 있는 것으로 알고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고, 1차 구조 당시 구급차가 온 것을 보고 또 구급차가 올 줄 알았다"는 것에 대해 이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1차로 구조된 신씨의 경우 피해자들 중 가장 젊은 60대"라며 "신씨가 사이다를 마신 후 밖으로 나와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는 것과 당시 구급차가 출동한 것을 봤다는 것은 회관에 있던 박씨가 이미 다른 피해자들도 쓰러진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휴대폰에서 단축번호로 전화를 걸면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던 사람의 이름이 표시되고,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 경우에는 번호가 표시된다"며 "박씨의 휴대폰에는 번호가 찍힌 것으로 보아 박씨는 전화거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지목했다.

검찰은 또 "1차 피해자의 구조 후 충분히 구조신고를 할 수 있었음에도 박씨는 태연하게 회관의 문을 닫고 마을이장 자녀들과 얘기를 나눴다"며 "이러한 정황들이 박씨가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 “82세 노인으로 진술에 무리” 주장

변호인 측은 이날 배심원들에게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여러 가지 조서들은 모두 변호인 없이 진행된 것"이라며 "이에 노인으로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박씨가 진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맞받아쳤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수사기관에서 박씨를 상대로 실시한 1·2차 조사에서 박씨가 변호인 없이 진술한 것은 맞다. 이는 당시 박씨가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후 진행된 조사에서 박씨는 항상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임했다"며 "당시 박씨가 변호인과 함께 조사에 임하고 있는 장면들은 전부 녹화돼 있고, 박씨가 고령인 점 등도 충분히 감안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범인은 남자 혹은 제3자 가능성 열어둬야

변호인 측은 이날 검찰이 박씨가 범인이 아닌 제3의 인물이 범인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재판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측은 "사건 이후 마을주민들 중 유독 수사기관의 조사를 많이 받은 2명(남1·여1)에 대해서도 범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번호인이 주장하는 2명은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들이 이들에 대한 수사를 요청해 다른 마을주민들보다 조사를 더 받았다. 조사 결과 이들로부터 범행에 대한 어떠한 혐의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변호인측에서 범인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며 "이 여성은 그날의 충격으로 인해 당시 상황을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이며, 이 여성의 집에서 메소민이 발견됐다는 것만으로 이 여성을 범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배심원 선서, 재판장 최초 설명, 모두절차, 쟁점 및 증거관계 정리, 증거조사, 피고인신문, 최종변론, 재판장 최종 판결 등의 순으로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피의자 박씨는 지난 7월14일 오후 2시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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